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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지역사회 문제 해결 위한 주체"
"대학, 지역사회 문제 해결 위한 주체"
  • 장혜승
  • 승인 2020.1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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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섭 서울대 교수의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사회혁신디자인’
‘2020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이장섭 교수가 제시한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사회혁신디자인’ 강의 자료. 사진=유튜브 캡쳐
‘2020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이장섭 교수가 제시한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사회혁신디자인’ 강의 자료. 사진=유튜브 캡쳐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2020 산학협력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다. 산학협력 엑스포는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산학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개막날인 2일에는 세계적 석학인 밀라노 공과대학 에지오 만지니(Professor Ezio Manzini) 교수의 ‘사회혁신 디자인’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미래사회 인재상과 교육혁신 등에 대한 국내외 명사들의 다양한 공개 토론회와 강연이 진행됐다. 
<교수신문>은 그중 이장섭 서울대 교수(디자인학부)의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사회혁신디자인’ 강연을 소개한다. 이 교수는 “대학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 라고 강조했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이를 느낀 사례가 올해 진행했던 ‘2020 지역연계 소셜디자인 프로젝트수업’이었다. 서울시 관악구에 소재한 사회적경제 4개 팀이 참여했는데 관악구에서 독거노인에게 제공하는 돌봄 도시락 프로젝트가 주 과제였다. 코로나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혁신 프로젝트의 일종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를 지역사회에 던질 것인지가 창의성의 첫 시작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첫 번째로 맞닥뜨린 문제는 관악구에서 준비한 돌봄도시락은 비대면을 원칙으로 해 1회용용기 도시락을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집 문앞에 놓고 오는데 이 도시락이 간단한 돌봄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돌봄도시락배송과 커뮤니티케어가 결합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기도 했다.

'돌봄도시락' 프로젝트의 경험

먼저 도시락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이 의견에 공감하는 이해관계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배송할 수 있는 사람들과 스타트업이 모였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실제 돌봄배송 과정을 이해하려고 했고 여정 맵을 상세히 기록해서 도시락이 배달되는 각 접점에서 사소한 감정들이라도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찰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해체’ 단계라고 봤다. 기존에 시행되는 많은 규칙들이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배송은 커뮤니티케어가 어렵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이것부터 부정했다. 커뮤니티케어를 간단한 안부를 묻는 개념으로 상정한다면 도시락과 같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높은 난이도의 앱을 개발하지 않고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앱을 만들어서 70~80대 노약자들이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도시락 지역배송은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담당하는데 이를 도보배송으로 대체가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를 통해 신규일자리도 창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문제는 받는 사람이 불편해서 누가 설거지할까 생각하지만 이를 통해 간단한 운동이 가능하다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제안들이었지만 충분한 검토 끝에 다회용기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회용기가 순환되는 과정에서 70~80대 독거노인은 물론이고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분도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안부카드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를 받아들여서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는 안부카드를 만들고 다회용기에 가장 적합한 방수와 오염에 강한 가방을 만들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신림동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 향후 많은 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가 했던 제안들은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마을 자활활동가가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게 도시락을 도보배송하고 최초배송에서 도시락을 받는 어르신에게 설명을 충분히 했다. 우리 모두가 의심했던 어르신들이 안부카드를 잘 작성할까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매일 90%에 가까운 어르신들이 카드에 정확한 응답을 하고 배송자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서 케어다운 케어로 발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아프다고 응답하면 바로 의사에게 연결도 된다.

지역사회는 확대된 캠퍼스
디자이너들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디어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위해 앞으로 만들어져야 할 중요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전산화되지 못한 불편했던 과정을 앱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디자인은 그저 학교 안에서만 기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산학협력의 경우를 통해 장차 지역사회와 대학 모델로 확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대학은 지역사회를 확대된 캠퍼스로 생각해 현장기반 교육과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현실적 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대학은 반복되는 문제에 용감하게, 때로는 엉뚱한 창의적 질문을 던저야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업 디자인에 노력할 것이다. 

장혜승 기자 zz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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