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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과 멀티플의 집…감성의 ‘매직 써클’
미니멀과 멀티플의 집…감성의 ‘매직 써클’
  • 김재호
  • 승인 2020.12.0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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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_주요 분석과 전망

경제력이 위기 대응하는 가족격차 좌우
재난 스트레스가 행동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홈 트레이닝과 헬스의 니즈 많아

감염병이 어떻게 발생했고, 이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아 차렸다면, 이제 경제적 측면을 전망해야 한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진로」를 통해 세계 경제의 변화 지점을 분석했다. 그는 세계공급망의 변화로서 전자상거래, 전자지불시스템, 생명공학-보건 관련 시스템 개혁에 전 세계적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비대면거래에 대한 수요가 항구적인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빈부격차 확대의 정치경제학으로 식생활 불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표 명예교수는 한국형 뉴딜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에 대해 “한국형 뉴딜정책이 민간부문의 투자 위주로 재편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진로를 막아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미니멀과 멀티플이 늘어나고 있다.
집은 감성 힐링의 '매직 서클'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진 = 픽사베이

기본 역량과 포용적 인적자원 투자

김태종 KDI 교수(국제대학원)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본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성과의 국제비교」를 썼다. 김 교수는 기초 방역 조건의 차이를 회귀분석의 통계기법으로 제시한 ‘조정된 사망률’을 비교 분석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적다고 그 나라가 방역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과 물자의 전 세계적 이동에서 배제된 채 고립된 국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고려한 것은 ▷ 노령인구 비율 ▷ 당뇨병 유병자 비율 ▷ 공항 수 ▷ 1인당 소득 ▷ 무역개방도 ▷ 인구밀도 ▷ 비만인구 비율 ▷ 도시화 비율 등이다. 노령인구, 공항, 1인당 소득이 많거나 높을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지속가능성 지수(경제의 활력이 높고 사회지표의 환경 및 상생에 친화도)와 인간개발지수(평균기대수명, 평균학력, 1인당 소득), 기업활동환경순위가 높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는 걸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가경제의 기본 역량에 더하여 포용적인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에 충실한 국가들이 코로나 방역에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사망률 하위 20개 국가, 상위 20개 국가를 나누어 비교한 결과, 보건 의료 선진국들인 일본,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한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는 우수한 방역 성과로 조정된 사망률이 낮았다. 반면, 유럽의 구사회주의 권역 국가들인 라트비아, 체코,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슬로베니아는 조정된 사망률이 높았다. 

심리문제가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아울러, 종교와 심리적 차원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심리학회장인 장은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수(상담심리학과)는 「코로나19와 심리방역」에서 『란셋』의 리뷰논문을 인용했다. 장 교수는 “과거 사스 감염병으로 인해 격리조치가 내려진 기간 동안 20%의 사람들이 공포감을, 18%가 긴장감을, 또 다른 18%가 슬픔을, 10%가 죄책감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라며 “또한 재난을 경험한 지 4∼6개월 후에도 3∼6% 정도는 여전히 불안과 분노를 경험했고, 특히 이미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던 사람이나 의료영역 종사자들에게서 정서 문제가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한국심리학회는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국민 무료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7월 말까진 진행된 1천28건의 대국민 무료 전화상담 분석결과, 장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단순히 심리정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행동화 문제(자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다른 국가에서 보고된 정신건강 현황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불안 증상은 다소 낮으나 우울 증상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재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회복 탄력성’을 강조했다. 회복 탄력성은 내적으론 강한 자기 효능감을 갖고, 외적으론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부모, 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종교적 구원은 곧 소통

양명수 이화여대 명예교수(기독교학과)는 「대중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연이 주는 자유를 찾아서」를 통해 종교적 차원의 자유와 사랑을 강조했다. 양 명예교수는 “개인의 독립과 사회적 연대성의 강화는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종교적 경건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며 “안식은 근원을 찾는 데 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의 사회적 연대성은 존재의 근원을 찾는 종교적 차원의 회복을 요청한다”라고 적었다. 종교에서 구원은 곧 소통이다. 

아울러, 양 명예교수는 “진리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 데에 있다. 정치와 경제는 대세를 따라 이루어지지만, 자유와 사랑은 대세에서 벗어날 줄 아는 것으로부터 얻어진다”라며 “자연을 자유의 반대로 보는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자유를 인간사회에서 구현하는 문명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경제력이 가족격차 좌우

이젠 집을 돌아볼 때다. 함인회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족, 미니멀 구조, 멀티플 기능」에서 가족의 존재여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미니멀화와 멀티플화가 강화 되는 가족의 변화 속에서 가족의 위기대응역량은 미국의 가족사회학자 필립 코헨이 제시한 공식으로 이해 가능하다. 바로 ‘C=T-P+R’다. 함 교수는 “가족의 전반적 위기대응역량을 지칭하는 C(Competency)는 가족이 직면한 위기가 어떤 종류(Type)인가에 따라, 더불어 가족 구성원의 위기인식(Perception)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면서 “위기인식이 부정적·비관적일수록 대응역량이 떨어지는 반면 긍정적·낙관적일수록 정반대의 결과를 얻게 된다. 나아가 가족의 보유자원(Resource)이 풍부할수록 위기대응역량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력이 있어야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이 구성되어야 삶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일본에선 이러한 현상을 가족격차라고 부른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족이 없는 1인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감성과 힐링의 ‘매직 써클’ 공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두주연 (주)밸류랩어소시에이츠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집,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를 통해 집에서의 행동 핵심가치 영역을 4가지로 제시했다. 바로 ▷ 논톡시(Non-Toxic)의 영역 : 안전한, 방어 방벽, 외부와 독립된, 독소/바이러스 제거 ▷ 자급자족 생산의 영역 ▷ 회복/치유의 영역 ▷ 개인 공간의 영역이다. 

밸류랩어소시에이츠 소비자행동예측연구소는 지난 7월, 25∼59세 일반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의 60%가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 이상 길어졌다고 응답했다. 두 대표이사는 “홈 오피스 활동보다 홈 트레이닝, 홈 씨어터, 홈 엔터테인먼트 활동이 더 많이 증가했다. 생산(일)과 학습의 영역은 집안에서도 어떻게든 분리되고 구분되어야 한다”면서 “실제로 향후 가정에서 더 즐기고 싶은 영역은 건강 관리를 위한 ‘홈 트레이닝/홈 헬스/홈 힐링’ 니즈가 높다. ‘홈 엔터테인먼트/홈 만들기 취미활동’도 향후 집 안에서 늘리고 싶은 핵심 활동영역으로 강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직 써클’을 강조했다. 집은 나만의 공간으로서 감성 치유공간이자 비밀스러운,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두 대표이사는 “세로토닌이 흘러넘치는 찰나의 공간, 자신의 감각과 취향, 기호에 맞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공간, 일상에서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공간을 집 안 곳곳에 설정해 나만의 행복 발현지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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