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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등록 후보 없음! 총학생회 없는 대학?
[딸깍발이] 등록 후보 없음! 총학생회 없는 대학?
  • 신희선
  • 승인 2020.12.0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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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등록 기간 마감까지 등록한 후보자가 없으므로 숙명여자대학교 제53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음을 공고합니다.” 지난 11월 18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름의 공지사항이다. 등록한 후보 없음! 이는 숙대만의 상황이 아니다. 서울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에서도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비단 총학생회만이 아니라 단과대 선거도 출마자가 없어 무산된 경우가 많다.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은 아니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더 악화된 느낌이다. 언택트 시대에 친밀한 교류가 없다 보니 학생들의 소속감도 없어져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로 대학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렸다. 온라인 수업을 긴급히 운영하면서 정작‘교육다운 교육’은 하지 못했다. 입학식부터 비대면으로 시작해 대학생활을 풍요롭게 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위축되었다. 신입생들이“재수와 반수를 고민”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다 보니 모든 게 어려워졌다. 캠퍼스에서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히고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생략되었다. 대학입시가 고교교육을 황폐화시켰다면, 취업률에 목을 맨 대학사회에서 온라인 상황은 교육과정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신자유주의 여파로 학생들조차 스펙관리에 매몰되다 보니 협력과 봉사활동은 뒷전으로, 주권의식마저 실종되었다.

총학생회 선거는 민주주의를 훈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총학생회가 있어야 대학 정책결정과정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고 학생들을 위한 일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아무도 후보로 나서지 않고, 또 투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총학생회 구성이 좌절되었다는 소식은 학생 자치의 위기이자 대학 공동체의 위기다. 공동체적 시민성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교육 경험이 필요하다. 학생 대표가 없는 상황을 보며,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비대면 상황일지라도 학생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소속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대학생활에 참여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주 숙대 제52대 총학생회가 20학번 새내기들을 위해 만든 책자를 받았다. 갑작스런 온라인 상황에 맞추어 올 한 해 총학생회가 할 일을 다시 기획하고 새롭게 많은 일들을 추진해 왔던 총학생회였다. 생활복지국이 중심이 되어“비대면을 넘어 20과 숙명을 잇다”를 모토로, 신입생들을 위해 유익한 정보와 선배들의 노하우를 정성스럽게 담아낸 일종의 대학생활 가이드 북이었다. 영광스럽게도 동문교수 인터뷰 대상에 선정되어 “교수님의 신입생 시절은 어땠는지” 질문을 받으며, 삼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캠퍼스 안팎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는 데모, 최루탄의 매캐한 공기에 대한 기억과 함께 사회과학 스터디를 이끌어 주던 과학생회 선배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열정적으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사려 깊은 관심으로 지켜봐주신 지도교수님 모습도 떠올랐다. 그러한 인연들 덕분에 신입생 시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대학에서 경험했던 유산들을 학생들에게 물려줄 책무가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비대면 교육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기에 학생들을 위해 거듭 나야 한다. 온라인 환경일수록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수학습방법의 변화를 꾀하고, 그들이 대학생활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섬세한 관심을 갖고 격려를 보내야 한다. 『트랜드 코리아 2021』책도 ‘휴먼 터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대학사회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탐구공동체다. 새내기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교수자가 해야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온라인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학생들이 강의실 밖 다양한 경험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데도 마음을 써야 한다. 총학생회 무산 소식을 보며, 이번 학기에 만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할 수 있도록 개별 멘토링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드는 11월이다.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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