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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커버리기 전에
훌쩍 커버리기 전에
  • 김재호
  • 승인 2020.11.2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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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70일 아빠 딸 여행
송태승 지음 | 하사전 | 288쪽

어린 두 딸과 70일 동안이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아빠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시간적, 경제적, 제도적 혜택을 입지 않는다면 그 수는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만한 여건과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빠 송태승은, 떠났다.

이를 용기라 부르고 싶다.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딸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이다. 책의 편집자는 〈훌쩍 커버리기 전에〉를 만들기 위해 원고를 이리저리 무수히 만져보고 읽어봤음에도, 그의 글을 대할 때마다 항상 눈물이 났다고 한다. 식물, 동물, 인간을 막론하고, 자식을 위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언제나 그런 감동을 주지 않나. 그래서 어쩌면 무모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세상 모든 아빠는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저자도 용기를 내 비행기에 오르기까지가 쉽지만은 않았다. 40대의 가장이 직장을 그만두기가 어디 그리 쉬웠겠는가? 주변의 시선과 염려는? 또 여행 중에 맞닥뜨릴 수 있는 난해한 상황도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아직 어린 10살, 7살 두 아이를 (게다가 또 다른 한 아이만 한 28인치 캐리어까지) 한 어른이 다루기가 과연 쉬운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떼를 쓰면 어떡하나? 한 명이라도 아프기라도 한다면? 버스에서 잠들어버린 아이들을 억지로 깨워 내려야 했던 상황은 없었을까? 매번 두 딸만 따로 들어가야 하는 여자 화장실, 혹은 아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거리에 우두커니 서있었을 아이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아빠들처럼, 이런 용단의 실천기를 접하게 되면 어떤 격려를 받게 된다. 공감과 도전 욕구의 중간쯤인 이 격려가 바로 평범한 아빠 송태승이 평범한 아빠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다.

“가진 것이라곤 딸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였던 저 같은 아빠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우리 모두 용기를 내 보자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쩌면 미래에 후회 섞인 혼잣말로 되뇔지 모를,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 보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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