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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사업 10년 지원 끝난 뒤 ‘파면·해임’
HK사업 10년 지원 끝난 뒤 ‘파면·해임’
  • 장혜승
  • 승인 2020.11.2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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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한국(HK)연구소 협의회, 23일 “인문자산 훼손하는 중대 사안” 성명
HK사업은 인문분야에 27개 연구소, 해외지역연구분야에 16개 연구소에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인문한국지원사업 홈페이지 진행현황 캡쳐
HK사업은 인문분야에 27개 연구소, 해외지역연구분야에 16개 연구소에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인문한국지원사업 홈페이지 진행현황 캡쳐

10년 간 지속해 온 인문한국(HK)사업 연구지원이 끝난 뒤, ‘근무태만과 관리부실’을 이유로 HK연구소 소장은 파면되고, HK교수는 해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HK연구소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해임과 파면 조치를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아래 성명서 전문 참조)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과 대학 당국의 협약에 따라 ‘불교고전어, 고전문헌의 연구를 통해 본 문화의 형성과 변용 및 수용과정 연구’로 지난 2007년 한국연구재단 HK 중형연구소 사업으로 선정된 후 10년간 연구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대학 당국은 기존 협약에 따라 HK교수 6명을 정년트랙 전임교수로 임명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금강대는 지난해 9월 16일 학교법인 이사회(제11차) 의결을 통해 ‘근무태만과 관리부실’을 이유로 HK교수인 연구소장을 파면하고, 연구소 HK교수에 대해서도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임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학교법인 금강대학교는 불교문화연구소 소속 HK교수에 대한 해임과 파면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해당 교수들의 모든 직위를 원상복귀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금강대가 2018년도에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부터 비롯된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강대는 2018년 8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 Ⅰ유형에 지정됐다. ‘부실대학’이 되면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일부, 그리고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당시 금강대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아닌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신규 일반재정사업이나 LINC+(산학협력)·BK21 플러스(연구)같은 특수목적사업 참여 기회가 제한될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한편 교육부는 파면·해임된 교원들이 올해 1월 교육부 소청심사위에서 승소한 결과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올해 10월 16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이행시 학교 이사들이 지위를 상실하는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내리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금강대 관계자는 “3권분립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이 분리돼있고 행정기관인 교육부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나왔다 해도 재판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재판 결과가 나오면 따를 것이다”면서 “불교문화연구소 소속 교원들과 전일제 근무를 내용으로 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고 출장이라고 자료를 제출했지만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HK사업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사업 중 학술·인문사회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동연구사업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HK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zzang@kyosu.net

[성명서 전문]

인문한국(HK)연구소 협의회 성명서

인문학은 개인에게 인격도야와 행복한 삶의 방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자, 지역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인류 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필수 자산이다. 또한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뿐만 아니라 현실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토대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인문학의 가치와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은 지난 2007년부터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HK사업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사업 중 학술·인문사회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동연구사업이다. 이를 통해 국내의 우수한 인문분야 연구소들은 세계 수준의 연구소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HK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연구소들은 양질의 학술 성과를 지속가능하게 축적하고 학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켜왔다. 더 나아가 서구 중심의 지식 생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술성과를 전사회적으로 확산·환류되도록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HK사업을 수행해온 연구소의 노력과 연구 성과를 저버리는 안타까운 사태가 일어났다.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과 대학 당국의 협약에 따라 지난 10년간 연구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 결과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축적하였으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하였다. 이에 대학 당국은 기존 협약에 따라 HK교수 6명을 정년트랙 전임교수로 임명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금강대학교는 2019년 9월 16일 학교법인 이사회(제11차) 의결을 통해 오로지 ‘근무태만과 관리부실’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연구소장(HK교수)을 파면하고 HK교수에 대해서도 ‘근무태만’이라는 이유로 해임하였다. 

이번 금강대 사태는 대학교 이사회 스스로 정부와의 협약을 파기하고 불교문화연구소 HK사업의 우수한 연구 성과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부당한 행위를 시정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HK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향후 교육부 사업에 대한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 넘게 사업을 수행해 온 연구소의 연구실적 및 자산을 유기하고, 학문후속세대를 방치하여 국가적인 낭비를 자초하는 일이다.

이러한 부당하고 일방적인 조치는 HK교수 한 개인이나 한 연구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문학 진흥이라는 HK사업의 숭고한 목적을 왜곡하는 것이며, 심지어 인문학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협약당사자인 대학 당국의 무분별한 처사와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무책임한 대처로 인해 HK사업을 통해 양성된 양질의 인문 자산을 송두리째 폄훼하고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HK협의회 소속 연구소와 HK연구인력의 연대서명을 통해 다음 사항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요구사항

1. 학교법인 금강대학교는 불교문화연구소 소속 HK교수에 대한 일방적인 해임과 파면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해당 교수들의 모든 직위를 원상복귀 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의 총괄 주체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HK연구소 및 HK연구진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학교법인 금강대학교 이사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협약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업비 전액 환수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금강대학교 측의 원상회복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과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강력한 시정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는 인문한국연구소 협의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강구할 것이다.

2020년 11월 23일 

인문한국(HK)연구소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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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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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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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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