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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중사
북한 민중사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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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석 지음 | 일조각 | 628쪽

2000년 즈음 평양에 선술집이 생기면서부터 평양의 근로자들은 퇴근 후 선술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곤 한다. 소주를 마시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자식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보통 서로 동무 또는 동지라고 부르는데, ‘선생’이라고 부르는 직업이 셋 있다. 교사와 의사, 법관으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생’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북한 사람들은 자녀들이 이러한 직업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교육에 열심이다.

남한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평소 생각하던 북한에 대한 이미지와 달라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듯 북한 사람들의 일상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해방 후 남에는 미군, 북에는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남과 북 사람들의 삶은 달라졌다. 다른 체제 속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지배층도 다르고, 그 지배층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층, 즉 민중의 삶도 달랐다. 남쪽의 민중이 해방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러 각도로 진행되어 왔지만, 한반도의 반쪽 북한의 일반인, 민중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 연구가 권력과 상부 구조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북한 체제 속 인간의 삶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북한의 역사를 주민들의 일상생활 관점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먹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옷과 집은 어떤지, 여가는 어떻게 보내고,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아플 때 치료는 어떻게 받는지 등등 일상적인 부분들을 통시적으로 각 시대별로 살펴본다. 그럼으로써 주민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시대 변화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난 70년의 북한 역사를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상부 구조에서 진행되어 온 논의와 정책, 제도들이 북한 사회에 어떻게 체화되어 왔는지, 또 상부와 하부의 괴리는 어느 지점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들의 경험을 통해 북한 사회 구조의 실상을 더 명확히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그동안의 권력 중심, 정책 중심, 상부 구조 중심의 접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북한 민중의 삶을 살피기 위해 많은 자료를 활용했다. 북한 체제 형성기인 1940년대와 1950년대 민중 생활의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현지조사를 실시했는데, 미국 문서기록보관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과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서 많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문서기록보관청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수집한 것으로, 통상 ‘노획문서’라고 부르는 것이다. 저자는 상자로 1,200여 개에 이르고 목록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신·구 노획문서를 모두 검토해 북한 민중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발췌하고 문서와 문서를 대조하면서 당시 북한 민중들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데 활용했다.

이 밖에 북한의 다양한 기관이 발행해 온 정기 간행물(『활살(화살)』, 『조선여성(조선녀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내각공보』 등), 북한의 기관지(『로동신문』, 『민주조선』), 북한에서 발간된 단행본 자료(『조선전사』, 『조선중앙연감』, 『인민들 속에서』 등), 북한 경험자들의 수기, 탈북자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대한 작업을 통해 북한 민중들의 생활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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