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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의 숨겨진 그림 이야기] 선거, 그 '공허한 축제'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
[박희숙의 숨겨진 그림 이야기] 선거, 그 '공허한 축제'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
  • 박희숙
  • 승인 2020.11.1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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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사회가 달라져
공약은 빈 약속이지만 국민들은 믿을 수밖에 없어

에밀 프리앙, 19세기 프랑스 농촌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
다비드, 종교적 관용의 시대 도래한 풍경 그려
'정치토론'-에밀 프리앙, 1889년, 나무에 유채, 26x33, 개인소장.
'정치토론'-에밀 프리앙, 1889년, 나무에 유채, 26x33, 개인소장.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선출되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내에서도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국가 간의 이해타산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자국의 대통령, 국회의원 등등 선거는 어느 나라에서도 국민들의 초관심사에 속한다. 많은 국민들이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정치나 경제 등등 사회 전반적인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라는 것이 후보에 대해 잘 알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후보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오로지 후보에 대해 아는 것은 언론에 비추어진 모습이나 벽보에 쓰여 있는 경력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후보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기 원해 TV토론을 열심히 시청한다. TV토론은 그나마 몰랐던 후보의 가치관과 정치 공약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민들은 선거 공약이라는 것이 확률이 50%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당선이 확실하지 않은 공약은 선거 일까지 빈 약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공약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후보자들의 선거 공약은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에밀 프리앙, 정치 토론하는 농부들 풍경 그려
선거 공약을 믿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 에밀 프리앙의 「정치토론」이다.

한낮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는 네 명의 남자들이 시선을 마주하고 있지 않다. 셔츠를 팔에 걷어 붙인 남자가 갈색의 모자를 쓴 남자의 팔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고 그 남자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는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야기를 하는 남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손으로 얼굴을 괴고 있으며 탁자에는 신문과 포도주 병 그리고 잔에 놓여 있다.  

멀리 보이는 들판은 그들이 농부라는 것을 나타내며 화면 위 차양과 둥근 테이블 위의 물병은 더운 날씨라는 것을 암시한다.

정면 탁자 위의 빵은 그들이 점심 식사 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소매를 걷어 올린 것과 모자를 쓴 남자를 잡고 있는 팔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강한 메시지를 의미하며 남자의 팔 밑에 깔려 있는 신문은 그들이 정치 토론 중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가나 고개를 돌리고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남자와 열띠게 토론하는 있는 남자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남자는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술잔은 정치 토론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에밀 프리앙(1863~1932)의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농촌 마을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은 손을 괴고 있는 남자의 자세다. 농촌과 정치는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아픈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중에 최고의 선거는 헌법 개정이다. 헌법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가 폐기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헌법을 개정하는 일은 국민들의 동의가 필수다. 

'1789년 테니스 코트의 서약'-자크 루이 다비드, 1790년~1791년, 캔버스에 유채, 65x88,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소장.
'1789년 테니스 코트의 서약'-자크 루이 다비드, 1790년~1791년, 캔버스에 유채, 65x88,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소장.

다비드, 서로 다른 종교의 화합 묘사해
프랑스 헌법을 제정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 다비드의 「1789년 테니스 코트의 서약」이다. 

1700년대 들어서 몽테스키외와 루소의 진보적이며 자유로운 이상을 중심으로 사회, 정치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루소의 계몽주의 운동은 18세기 프랑스 문인, 과학자, 사상가들이 지지하면서 유럽의 엘리트 계층을 사로잡았다.  

자유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시민들은 절대 왕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었고 결국 1789년 6월 20일 제3계급 대표자들이 프랑스 헌법 제정에 관해 서약하기에 이른다. 

화면 중앙 탁자 위에 서 있는 남자가 국민회의 의장 장 실뱅 바이다. 그는 피에르 부비에가 쓴 서약서를 읽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과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장 실뱅 바이가 서 있는 탁자 아래 흰색의 옷을 입은 신부가 두 명의 남자와 마주 보고 있다. 

흰색의 옷을 입은 사람은 가톨릭 신부이며 그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시토회의 수도사 돔 제를(실제로는 6월 20일의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이다. 두 사람 사이 중앙에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남자는 신교도 목사인 리보 생테티엔이다. 

서로 다른 종교 관계자들이 손을 잡고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종교적 관용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오른쪽 하단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남자가 국민회의 의원이지만 반대했던 요제프 마르탱 도치다. 다비드는 팔짱을 끼고 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 부끄러워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르탱은 의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강력하게 지키며 논쟁 중에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화면 왼쪽 상단 열린 창문으로 남자와 여자들이 실내를 바라보고 있다. 창문에 매달려 있는 남자와 여자들은 대중들을 나타내며 몸을 숙여 실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테니스 코트의 서약에 관심과 참여는 나타낸다. 

열린 창문 사이로 펄럭이는 커튼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바람은 자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암시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1790년 헌법을 위한 동지회(자코뱅당)으로부터 이 사건을 기념할 작품 제작을 요청받아 당원 전부를 모두 담을 수 있게 거대하게 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금 부족과 정치적 기류로 인해 다비드는 이 작품을 작게 제작했지만 1791년 살롱전에 공개되면서 인정을 받는다. 

대중들에게 선거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다. 세상이 달라지기를 기대해서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찍기의 달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 평범한 우리가 언제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겠나. 선거철 그 순간만이 우리가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 평소에는 사회 지도층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으며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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