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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쟁점…복지 정책과 대립이냐 포함이냐
‘기본소득’ 쟁점…복지 정책과 대립이냐 포함이냐
  • 김재호
  • 승인 2020.11.1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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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특집_이슈별 점검

기본소득은 공유자산을
무조건 현금으로 모두에게 지급
핵심은 재원 확보와 분배 방식

 

‘재난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등 기본소득이란 말이 이젠 낯설지 않다. 전국민이 받은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에 대한 여러 담론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과연 기본소득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나타났는지, 해외에선 어떤 방식으로 얼만큼 지급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은 공유자산에 대해 모두에게 무조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공유자산은 ▷토지와 같은 자연적 공유자산 ▷지식과 같은 역사적 공유자산 ▷빅데이터와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으로부터의 수익이 대표적이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배당의 특징을 갖는다.

 

 


최근 출간된 『기본소득 시대』(아르테, 200쪽)는 기본소득의 탄생과 역사부터 논쟁점들을 담고 있다. 기본소득은 가치관과 재원 확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복지 정책을 폐지하고 기본소득으로 일원화 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우파적 관점, 혹은 기존의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관점, 누진적 세금 제도를 강화해 추진하자는 관점, 로봇세나 환경세를 도입해 추진하는 관점 등 다양하다. 


전국민이 지급받았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를 두고 진통을 겪었으나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은 무조건성과 정기성 등이 없어서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없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경제학과)는 “긴급재난지원금 자체를 기본소득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평소 기본소득에 호의적이었던 이들에게 그것이 본격적인 기본소득제 실현을 위한 ‘마중물’ 정도의 의미로 다가갔으리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요긴한 역할을 했다고 여겨지는 한국식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른 바 ‘선진국’ 중에서 복지 제도가 유독 약한 나라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무조건 정기적으로 줘야 기본소득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의 재분배이다. 윤형중 정책 연구자(전 <한겨레> 기자)는 “부자에게만 증세해 확보한 재원만으로 실시하는 기본소득은 강력한 재분배 효과를 지닌다”면서 “이는 경제적으로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세금의 부담자와 복지의 수혜자가 분리되는 현상이 더 심해지는 단점이 있고, 증세나 복지 확대에 대한 고소득층, 기득권층의 저항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경우 재분배 효과는 ‘세금의 누진도’와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재원의 재분배 효과가 있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월간 <복지동향> 지난 7월호에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기본소득, 정책적 효용성 따져봐야」를 통해 “기본소득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낳고, 이를 통해 양극화 해소 효과를 크게 가져오는 경우는, 기존의 사회보장 급여를 그대로 둔 채,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세금을 추가로 많이 거둘 때이다”라며 “혹 증세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기본소득의 도입보다는 사회보장제도의 강화, 즉 사각지대를 축소하여 적용대상자를 넓히고 보장 수준을 높이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사회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저널에 실린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과)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남긴 기본소득 논쟁의 쟁점과 과제」는 기본소득을 옹호한다. 백 교수는 기본소득과 복지국가를 비교하는 건 범주의 오류라며,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나 소득보장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경제적 효과도 예상되고, 욕구 충족의 기능도 기대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것의 본질이 사회정의, 분배정의 실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산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이냐 복지정책이냐

 

아울러, 백 교수는 예산의 문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예산제약론과 제도적 제약 때문에 달성하지 못했던, 생계급여 인상, 기초연금 인상, 실업자들의 삶의 안정성확보 등을 더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시민의 권리를 실현하는데 경제적 효율성, 예산제약은 부차적인 문제다. 예산제약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예산제약을 전제한다면 기존의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좀더 본질적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는 관점 역시 존재한다. 천연옥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부산지회장은 <정세와노동> 9월호에 실은 「재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 그리고 기본소득의 한계」에서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할 때 총자본으로서 국가는 복지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하는 양보를 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계급의 힘이 약할 때 총자본으로서의 국가는 복지를 축소하는 것”이라며 “자본주의 생산 방식을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분배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질화할 수 있다는 사상은 결국은 계급 적대를 은폐하고 계급 투쟁을 부정하는 반동적인 사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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