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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예산만 줄고 인문학은 뒷전으로
교육 예산만 줄고 인문학은 뒷전으로
  • 장혜승
  • 승인 2020.11.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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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 ‘교육’ 분야만 감소
‘국가연구개발혁신법’도 인문학 제외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에 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에 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2021년 정부 예산안에서 교육 분야만 예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 중 분야별 재원배분 현황에서 예산 총지출이 43조5천억 원 늘어나면서 교육 분야를 제외한 11개 분야에서 올해 본예산 대비 예산이 증가했다. 강 의원은 “교육 분야만 유일하게 올해 본예산보다 1조6천억 원이 감소한 71조 원이 편성됐다. 지난 3차 추경 시 감소한 예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인문계 연구 예산이 크게 감소한 점도 이번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강 의원은 “이번 예산 주요 증액 사업은 이공계 연구지원 사업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 예산안 주요 증감액사업 현황’에 따르면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R&D) △산학연협력 고도화 지원(R&D) 등 이공계 예산은 각각 3백 7천억 원, 1천 5백억원 증가한 반면 △인문학진흥(R&D) △사회과학연구지원(R&D) 등 인문계 예산은 각각 10억 6천만원, 58억원 줄었다.

특히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 감소가 두드러진다. 강 의원은 “‘교육부 부문별 예산 편성 현황’을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조500억 원 줄어들고,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가 3천 7백억 원 줄어들었다. 다른 유초중등 사업 부문 예산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이 이공계에 비해 인문계가 감액된 것은 맞다”면서도 “이공계와 인문계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교육부 차원에서 인문학 지원을 늘리고 사업을 신설하려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고등교육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 9월 편성해 정부에 제출한 2021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고등교육은 2020년도 10조 8천억원에서 11조 1천억원으로 2.9% 증가했다. 당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디지털·비대면 환경에서 한국의 고등·평생교육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다각도로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 예산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인문학 대중화 사업도 2017년에 비해 1/3 수준으로 감소
2021년도 정부 예산안 분석…국회 예결위 검토 중

교육부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도 현 정부 초반인 2017년에 비해 1/3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정부가 국회로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인문학 진흥 사업 안에 있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 올해 22억 6천만 원에서 내년 17억 6천만원으로 22.1%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4억 6천만원에 비하면 감소폭은 더 크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국민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인데 점차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기간을 넓히면 축소 흐름은 보다 명확해진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은 53억 원이었다. 내년에는 17억 6천만원으로 1/3 수준이다. 이전 정부가 예산 편성한 2014~17년과 현 정부가 편성한 2018~21년을 살펴보면, 연평균 58억 2천 5백만 원에서 31억 4천 5백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예산이 가장 많은 해는 2016년으로 67억 원이었다. 그 해 정점을 찍은 후 예산과 사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예산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내년 17억6천만 원은 가장 많았던 2016년의 1/4 수준이다. 사업들은 인문도시, 세계인문학포럼, 한중인문학포럼, 인문강좌, 인문주간 등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인문도시와 한중인문학포럼만 지원한다.  
교육부는 인문학 진흥 예산의 한계로 연구자 연구 활동에 집중 지원하다 보니 인문학 대중화 예산의 감액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9년에 32.2%, 2020년에 34.7%, 그리고 내년에 22.1%로 예산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교육부가 인문학을 푸대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은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주는 학문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많다”라며, “교육부가 인문학 대중화에 깊은 성찰을 보였으면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문학 진흥 예산의 성과지표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 만족도’로, 2017~19년 3년 내내 100% 이상의 달성률을 보였다. 국민 만족도는 좋은데, 예산은 삭감되는 것이다. 

인문계 소외 법안에 인문계열 교수들 성명서 발표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혁신법)에서도 인문계 소외 현상이 뚜렷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혁신법은 부처별로 다르게 운영돼온 국가 R&D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의 법이다. 법안에는 연구개발과제의 선정 협약, 평가, 연구개발비 사용 등 ‘연구개발과제의 구체적 추진 절차’와 연구지원체계 확립 등의 내용이 담겼으나 혁신법 적용 대상에 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사업을 제외하는 법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등 인문·사회계열 학장들이 주축이 된 3개 단체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혁신법이 시행될 경우 법 제정의 원래 취지와 달리 학문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일용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회장(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이공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와 같은 전문 조직이 있지만 인문계는 그렇지 않다. ‘인문학진흥법’이 있다 해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라며 “인문사회 분야를 담당하는 총괄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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