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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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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더하기연구소 지음 | 다돌책방 | 518쪽

전력산업의 시계는 아직 2004년이다. 완전한 공공부문도 아니고 완전한 민간부문도 아닌 상태로 17년이 지났다.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9년 1월, 산업자원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선포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기업 민영화 요구와 수익성 있는 공기업을 인수하려는 민간자본의 필요가 만난 결과였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는 부족했다. 총 네 단계의 민영화 계획은 시작하기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들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할하여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민영화 첫 단계의 내용이었다. 당장 발전분할 문제부터 전력노조와 여론은 반대했고, 해를 두 번이나 넘긴 2001년 6월에 겨우 시행됐다. 발전소들은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전자회사 형태로 수직 분할됐다. 수직분할은 회사의 사업부를 신설법인으로 만들어 분할하되, 자회사 형태로 보유해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민간기업 매각 이전의 임시적인 조치였다.

먼저 수익성이 좋았던 남동발전이 매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정부 경영 혹은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위한 일이라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발전소를 먼저 매각 시도해야 했으나, 당시 결정은 정반대였다. 그나마도 남동발전 매각은 전력부문 매각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전력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경영권 인수를 고려하던 기업들이 포기했다. 결국 2003년에 매각이 중단됐다.

1999년에 기획된 전력산업 민영화는 첫 단계조차 이행하지 못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는 발전부문의 6개 발전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민간기업 매각 준비 단계에서 실패한 그대로 17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고 사안이 더는 뜨거운 감자도 아니었다. 2020년 현재 여론이나 시민들, 심지어는 전력산업 종사자들까지도 발전분할 이전의 다른 전력산업구조를 떠올리거나 상상하기는 어려울 정도이며, 문제 상황에 대한 인식조차 찾기 어렵다.

전력산업구조 문제가 잊혀지기만 했을까? 소리 없이 최종 도착점인 4단계 민영화를 향해 구조개편을 진행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민영화가 완전히 멈췄다는 것은 착각이다. 조용히 전력산업의 구조는 변해가고 있다. 발전부문에서 정부가 LNG발전, 석탄발전까지 민자발전의 진입을 허용한 결과, 발전설비용량 기준으로 2002년에는 발전설비 비중의 6.0%를 민자발전사가 차지하고 있었으나, 2020년에는 약 33.4%까지 민자발전사 비율이 늘었다. 현재의 전력산업구조를 형식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민자발전 비중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민영화를 이뤄낼 수 있다. 사실상의 우회민영화다(I부 1장 ‘에너지전환기의 한국 전력산업’). 어느 누군가는 조용히 하나의 방향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전력산업의 구조는 느리지만 크게 바뀌고 있다.

우회민영화의 반대편에는 이 책의 저자들이 있다. 이들은 전력 공기업들이 원래의 통합 공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현재의 분할된 전력산업구조를 다시 통합 개편해서 더 효율적인 전력산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의식은 현재의 전력산업구조만큼 오래됐다. 저자들 가운데 일부는 발전분할은 경제적 실효성이 없다는 점,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이며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면 기존의 통합된 한국전력공사 형태가 적합하다는 점을 주제로 2004년에 『21세기 한국의 전력산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들은 민영화라는 방향을 돌리는 일이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다만 이미 해버린 구조개편을 필요 없었던 일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 과거의 제도는 뭔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편견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통념과는 달리 통합 개편된 전력산업구조에서 신재생에너지에너지의 통합적 관리, 에너지전환, 전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전기요금의 효율적 관리, 인력의 효율적인 전환이라는 과제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 가능하다. 저자들은 새로운 연구자를 더하고 새로운 쟁점들을 고려해 논리와 자료를 보강해가며 지속적으로 이를 입증할 연구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런 연구 결과물들을 한 데 묶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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