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경 지음 | 살림터 | 236쪽
전태일 정신은 한 마디로 “어린 여성 노동자를 향한 연민”이었다. 1961년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남의 판잣집과 판잣집 처마 사이에 나무 막대를 기둥 삼아 비닐과 거적을 덮은 집에 살았다. 길에 버려진 곰팡이 핀 무말랭이를 냇물에 씻어 끓여 반찬으로 먹었다. 이런 비렁뱅이 생활을 겪었으면서도, 평화시장 ‘어린’ ‘여성’ ‘노동자’에게 한없는 연민을 베풀었다. “불우했던 과거를 원망만 하면 그 불우했던 과거가 삶의 영역에서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불우했던 과거를 간직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우리의 꿈과 이상과 비전을 가지고 불운을 희망의 새로운 미래 등불로 삼아야 한다.” 전태일은 어린 동생 전태삼에게 이렇게 말했다. 먼지 한 톨만큼도 이기심이 없는,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밝고 맑은 이타심으로,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면서 ‘사랑의 사자후’를 울린 우리 전태일 열사 같은 인물이 인류 역사에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전태일 열사는 핍박받는 ‘어린’, ‘여성’, ‘노동자’를 “사랑스런 어린 동심들에게”라고 불렀다. 전태일은 깨끗하지 않은 물에 살지 않지만,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 묻히지 않은 아름다운 연꽃이었다. 우리가 전태일이란 이름을 부르는 일은 사회 약자에게 사랑과 자비와 어짊을 실천하고자 하는 다짐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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