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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은 실행을 담보하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약속”
“기후변화 대응은 실행을 담보하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약속”
  • 박강수
  • 승인 2020.11.1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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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기후위기, 더 늦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
공우석 | 이다북스 | 280쪽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과)는 올해만 세 권의 책을 냈다. 올 여름 “지구와 공생하는 사람”이라는 부제가 붙은 『생태』(이다북스)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기후위기, 더 늦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이다북스, 이하 ‘기후위기’)와 『바늘잎나무 숲을 거닐며』(청아출판사)가 연달아 나왔다. 모두 생태지리학의 관점에서 환경 변화를 조망한 저술이다. 생태지리학은 생물의 분포 정도와 다양성을 시간적, 공간적 차원에서 기록하고 연구하는 자연지리학의 한 분야다. 환경과 기후의 변화에 그 누구보다 민감한 관찰자일 수 밖에 없다.

몇 년 사이 쏟아져 나온 공 교수의 책들은 30년 가까이 한반도 식생과 생태를 지켜봐 온 연구자가 위험 신호를 본격적으로 감지하고 채록한 경고문처럼 보인다. 생태 피라미드의 교란과 변화는 기후위기의 결과물 중에서도 가장 불가역적인 현상이다. 사라진 종은 돌아오지 않는다. 공 교수의 시선은 줄곧 사라져가는 것들에 머물러 있다. 지난 9일 서면으로 공 교수를 인터뷰했다. 행간에서 위기의 실태와 실천에 대한 고민이 담담하게 묻어났다.

 

공우석 교수는 생태지리학자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고산대와 아고산대 식생을 연구해 왔다. 사진=공우석
공우석 교수는 생태지리학자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고산대와 아고산대 식생을 연구해 왔다. 사진=공우석

 

한반도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관찰, 연구해 왔다. 연구과정에서 기후변화의 폐해를 체감한 적이 있나.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반응을 야외 현장에서 단기간에 탐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생물 분포, 다양성의 변화에 대한 명쾌한 답을 원한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를 갖춘 대답은 지속적이고 오랜 모니터링 아래서만 가능하다. 석사, 박사 시절부터 국내 고산대와 아고산대를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에서는 눈향나무, 들쭉나무 등 고산식물 분포역이 줄어들고 지리산, 설악산 정상 일대에서 바늘잎나무들이 말라 죽어가는 고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후위기』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속도가 식물들이 기후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난 세기 동안 지구 기온은 약 섭씨 1도 상승했다. 이 정도의 급속한 온난화에 적응하려면 식물들도 위도상으로 약 1도, 고도상으로는 150여 미터를 이동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자리잡기는 어렵다. 속도를 보면 100년간 평균 기온이 3도 오른다고 할 때 기후대는 연간 10km를 이동하는 반면, 식생은 2km 정도를 움직일 수 있다. 흔히 사과 등 과일나무 재배지가 확산하는 것을 보고 자연적으로도 생태계가 적응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농업생태계는 사람이 옮겨 심는 등 인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적응이라 볼 수 없다."

 

생태 변화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재난들, 홍수, 폭염에 비해 그 위험도가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속도도 느리고 파급력도 멀게만 느껴진다.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 피는 시기, 잎이 나는 시기, 단풍이 드는 시기 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기후와 물, 에너지의 순환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것이 지구라는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과도 직결된다. 가령 지구에 사는 포유류의 60%, 조류의 70%는 사람이 키우는 가축이다. 국제생물다양성협회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식용 가축도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50년까지 10년마다 농업생산량이 2%씩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면 식량 수요는 14%씩 증가한다. 불균형이다. 식용 작물과 가축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올 여름에 환경부에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20’을 냈다. 생태 현황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이 실렸나.

"한국긔 국가기후변화보고서는 2010년, 2014년에 이은 세 번째 발간이다. 국제적으로도 드문 연속 출간이다. 생태계 부문은 식물, 동물, 취약생태계 3개 영역으로 세분돼 2014년 이후 국내외에서 발간된 관련 논문, 정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분석돼 있다. 주로 온난화에 다른 식물 개화와 낙엽, 곤충 부화, 철새 이동, 고산생태계 교란, 침엽수 고사 등 현안이 다뤄졌다. 아쉬운 점은 국민의 삶에 직접 관련되는 농업, 보건, 재해 등에 편중되고 국토의 건강성을 좌우할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책에서 미국 사회발전조사기구의 2020년 조사 결과 한국은 종합 지수에서 163개국 중 17위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순위를 냈으나 세부 항목인 환경의 질에서는 80위에 그쳤다는 점,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국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속도와 효율을 앞세운 압축성장의 역사에서 비롯된 관성이라고 본다. 과학기술도 당장 돈이 되거나 실용적인 것을 추구한다. 오래 전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추진하다가 예비타당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좌절된 적이 있다. 우리한테는 우리가 사는 땅의 지질, 지리, 기후, 해양, 고생태, 고인류, 생물다양성을 소개하는 국립박물관이 없다. 서울올림픽 때 외국 손님 맞이용으로 포천에 국립수목원을 만들었을 뿐이다. ‘K-문화’를 내세운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넷제로)’ 선언을 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합산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정치적 선언보다 실행에 필요한 단계별 목표와 구체적 계획이 중요하다. 기후정책은 국제사회, 정부 부처, 기업, 지자체, 개인 모두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함께 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부처간 이기주의, 기업의 단기적 이익 추구, 개인의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되는 한 ‘기후악당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선언적 정치행위가 아닌 실행을 담보하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약속이어야 할 것이다."

 

2016년 8월 29일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인류세(Anthropocene)' 기획 기사. 플라스틱과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 닭뼈 등을 기준으로 현 시대를 재명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질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가디언 온라인 캡처
2016년 8월 29일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인류세(Anthropocene)' 기획 기사. 플라스틱과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 닭뼈 등을 기준으로 현 시대를 재명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질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가디언 온라인 캡처

 

북반구의 제1세계와 열대 지역 구가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기후변화의 딜레마도 책에서 언급됐다. 가해국가와 피해국가가 다르다는 점이 전지구적 공동 행동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 가스를 마구 배출한 선진국은 기후대가 북상되면서 과거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던 넓은 땅이 곡창지대로 바뀌었다. 온난화의 수혜자가 된 셈이다. 반면 적도 주변 열대, 아열대기후 저위도 나라에서는 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식량 부족과 기아가 악화됐다. 기후변화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것이다. 아울러 선진국은 화석에너지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개발도상국을 통제하려고 하고, 신흥 경제대국은 선진국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상호 비난하는 형국이다. 개인으로서는 ‘선량한 소비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 열대 과일 한 조각, 고기 한 입이 개발도상국의 값싼 토지와 저임금, 열대우림 난개발의 산물임을 인식하고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지구를 위한 실천들, 윤리적 소비와 채식 등은 결국 편리함과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요구처럼 다가온다. 모두를 설득하기에 쉽지 않은 난점이다.

"당면한 문제를 한번에 깨끗하게 해결하려다 보면 부담스러운 무리수가 뒤따른다. 쉽고 간단한 선택부터 실천을 늘려갔으면 한다. 샴푸, 린스 사용하지 않기, 커피 대신 ‘푸드 마일리지’(식품이 생산, 가공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기까지 이동거리) 짧은 우리 차 마시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옷 오래 입기 등은 20년 이상 지켜온 나 자신과 약속이다. 이런 실천이 특이한 소수자의 행동에 그치지 않도록 일터에서의 채식 선택권 보장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원인제공자, 가해자라는 인식을 환기해야 한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를 때 생기는 괴리감과 무력감일 것이다. 한반도 생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 특히 빙하기 이후 한반도에 도래해 고산지대와 아고산지대, 풍혈(작은 동굴, 바위틈에 자리한 바람구멍, 여름에는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온풍이 불어 나오는 곳)과 같은 특이한 조건에 잔존한 빙하기 식물의 운명을 지구온난화와 연계해 살피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기회가 되면 북한의 고산대도 자유롭게 답사하면서 연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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