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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전문체육 딜레마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전문체육 딜레마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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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연구 자료 수집 차 일본의 츠쿠바 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부총장이었던 사토시 시미츠 교수를 만나 일본의 체육 정책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일본의 학교 스포츠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토시 시미츠 교수는 “스포츠클럽 지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교사들의 과로사율이 높다”라고 농담처럼 말하였다. 농담이었겠지만 그만큼 생활 체육을 기반으로 한 전문체육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한 전문체육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도 현실적인 국제경쟁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왔다.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를 확정 짓고 난 이후, 일본 정부는 TFT를 가동하고 금메달 유망주를 따로 선발·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물론 전 세계적인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다소 동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열망을 알 수 있는 사례이다. 

필자는 다년간 우리나라 전문체육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소위 스포츠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나라 체육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시사점에 대해 고민해 보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연계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보고 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연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전문체육을 육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스포츠는 국민적 자존심을 대변하였다. 일제강점기의 체육은 민족적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키는 기재였고, 한국전쟁 이후 국토 재건의 과정에서 들려온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승전보는 지구상 최빈국의 오명을 쓰고 있던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돌파구였다. 매번 올림픽이 개최되면 IOC에서는 진행하지도 않는 금·은·동메달 자체 집계를 통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어떤 순위를 차지하는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던 것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성적이 곧 한국인들의 자존심이었음을 상징한다. 그만큼 우리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보다는 순위와 메달에 집착해 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그리고 박태환과 김연아, 이상화 등 올림픽 영웅들이 우리의 뇌리에 기억되는 이유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잘했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겠지만 우리의 스포츠 문화는 그동안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성적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혹자는 승리 지상주의가 우리나라 전문체육 시스템이 만들어 낸 그릇된 결과물이라고 말하지만, 스포츠가 국민적 자존심으로 인식된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승리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고, 어쩌면 이러한 스포츠 문화가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이끌어 온 기형적인 문화적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종래까지 이어지던 국가 주도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문체육 시스템을 포기하면 우선적으로 국제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현재 전문체육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육성하려면 최소 7~8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이 전망 또한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 현재의 전문체육 수준을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본이나 영국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국가들이 국가 주도의 전문체육 시스템으로 회귀하고 있는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쉽지 않은 문제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다. 바로 국제 대회의 성적에 대한 강요된 의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스포츠 문화가 정착된다면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한 전문체육 육성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스포츠 문화의 혁신적 변화가 그동안 우리의 체육이 지배해 온 ‘강요된 스포츠 내셔널리즘’을 종식시키는 방향성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기다림이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그랬듯,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한 전문체육이 신기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적 인내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가 동경하던 소위 ‘선진국형 체육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기다릴 수 있을 것인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현실이다.  

박경호
박경호

 

  
 

 

 

2014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교수 지원 사업’을 통해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2019년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사업’을 통해 제주대 해양스포츠센터에서 전통놀이 활성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 지원 사업을 통해 전 세계 전문체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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