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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축사-균형감 있는 매체로 더 매진하라
창간축사-균형감 있는 매체로 더 매진하라
  • 이태진 역사학회장
  • 승인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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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역사학회장(서울대 국사학과) ©
12년전 교수신문이 처음 나왔을 때 의사신문처럼 한 직종을 대변하는 듯해서 다소 저항감을 느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교수들은 최고 지성이란 자부심에 대해 일말의 의문도 없었기 때문에 특수 직종의 뉴스지 같은 것을 환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1883년 이 땅에 처음 서양식 신문으로 발행된 한성순보는 개화정책 수행을 위해 세계 정세에 대한 정보를 관리들과 지식인들이 나누기 위해 창간됐습니다. 저 유명한 독립신문도 같은 목적이었습니다. 초기의 개화정책이 청국과 일본의 방해로 시련과 좌절을 겪은 뒤, 지식인이 사회단체로 확대돼 그 범위에서의 관민 공유의 지식정보지로 태어났습니다. 일제하에서는 1919년 만세운동을 계기로 민족지 간행이 허용돼 몇 신문들이 민족을 지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해방 후에는 새로운 국민국가 만들기란 시대적 과제아래 민의를 억압하는 독재정권과의 투쟁에 온 힘을 쏟은 신문들이 많았습니다. 무관의 제왕이란 말이 실감나던 시절입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PC 보급, 지식정보화 등으로 세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매스 미디어란 말 대신 ‘정보’란 단어가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 개인 단위의 신문까지 가능해진 가운데, 수많은 직업과 사회계층이 모두 제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격변’을 되돌아보면, 교수란 직업인들이 12년전 점잖을 떨면서 교수신문을 반대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12주기를 맞아 그간 교수들을 지켜준 교수신문의 공로를 치하하고 싶습니다. 직종 대변을 넘어 나라가 바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 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교수란 지성집단의 다양한, 서로 엇가리는 견해를 효과적으로 정부와 사회에 알리는 데는 12년의 세월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균형감 있는 신문으로 더욱 매진할 것을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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