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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
푸름…
  • 교수신문
  • 승인 2020.11.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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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다리오 지음 | 조갑동 옮김 | 그린비 | 208쪽

중남미 문학의 개혁을 이룬 작가이자 스페인어권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 루벤 다리오의 문학 세계는 아홉 편의 이야기와 여섯 편의 시, 그리고 칠레의 이모저모를 묘사하는 몇 편의 산문으로 구성된 첫 번째 책 『푸름…』에서 시작됐다.

이 작품은 1888년 칠레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서 출간됐으며, 이후 스페인의 유명 저술가인 후안 바렐라에 의해 발굴돼 다리오의 명성이 중남미를 넘어 스페인 문학계까지 알려지게 된다. 참신한 어휘, 세련된 문장력으로 무장한 그의 미적 감각은 중남미 문학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었으며, 고답파를 바탕으로 한 모데르니스모 운동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 받기에 이른다.

루벤 다리오의 시 세계는 저 멀리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한다. 그는 낭만과 자연과 상징주의를 전후로 나타난 프랑스 파르나스 시인들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평에 도전한다. 특히 스페인 문학의 바로크적 장식을 과감히 부수고 프랑스 문학의 참신하고 간결한 어휘를 무기 삼아 중남미 문학의 길을 모색한다. 이러한 시도를 모아 놓은 것이 바로 『푸름…』이며,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중남미 문학의 모더니즘을 열어젖힌 첫 번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푸름…』은 아홉 개의 이야기와 사계절에 바치는 서정시, 그리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 항구도시 풍경을 묘사한 산문으로 구성돼 있다. 짧은 글로 이어진 책이지만 각각의 시와 이야기 속에는 시인의 가슴에서 나온 인생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길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 속에 숨은 사랑과 슬픔을, 그리고 생명과 죽음의 계곡을 조용히 걸어가는 루벤 다리오의 시 세계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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