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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우리 문화와 예술의 '치유 비평'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우리 문화와 예술의 '치유 비평'
  • 교수신문
  • 승인 2020.11.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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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질문에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나름의 확신을 가진 듯 또렷하게 말한 학생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서양 문화에 비해서 뒤처져있어요. 미간을 찌푸리며 어떤 학생은 이렇게도 말했다. 우리 문화는 마음속 말을 잘 하지 않아서 한이 많아요. 

학생들이 뭘 몰라서 그런다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길 가는 이를 잡고 물어봐도 비슷한 답이 나온다. 바쁜 세상에서 우리 문화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냐고 되물을 판이다. 문화는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를 아우른다. 한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서 면면히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문화는 한민족의 정신이다. 일찌감치 우리 문화는 단절되었다고 선언하는 축이나 다문화 시대에 우리 문화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하는 축도 있다. 그것은 정신없이 사는 바쁜 시대에 그냥 정신을 놓아버리자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최고다. 자살은 삶의 의미 상실이자 사랑의 부재이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을 붙여서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경이다. 사는 게 고달프긴 하다. 일부러 삶을 미화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 사회, 국가 모두를 통틀어 부정으로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문화는 큰 테두리로 확장해야 만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삶 속속들이 파고들어 숨 쉬고 부대끼는 생생한 삶 그 자체이다. 이 땅에서 사는 삶이 그대로 문화인데, 문화를 생각하지 않거나 부정한다면 자기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최근에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치료로 접근하는 글을 썼다. 이른바 ‘문화치료’이다. 이 말은 신조어다. 정신 및 심리치료에서 문화를 치료로 삼은 예가 아직 없다. 단연코 말하자면, 우리 문화는 찬란하고 탁월하다. 그렇지만 많이 감춰져 있다. 유구한 우리 문화를 심리치료로 활용하는 것은 하늘의 섭리이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예술과 문화를 치유적 시각으로 포착한 ‘치유 비평’이라는 새로운 비평 분야를 제시하였다. 치유 비평은 통합 예술 · 문화치료인 심상 시치료의 기법이 포함되어 있어 ‘심상 시치료 비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똬리, 행주치마, 대문놀이, 복조리, 솟대, 정화수, 골무, 조각보, 까치밥 등등 우리 문화 57가지를 치유 비평으로 접목했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누구나 마음껏 들춰내기 위해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내년 개나리꽃이 필 때쯤 책이 나올 예정이다. 실제 이 기법을 활용해서 전주시 통합중독관리센터에서 알코올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에 했던 것은 하회탈 기법이었다. 마음 안으로 들어가서 이매탈을 쓴 너그럽고 온화한 내가 지금의 나에게 메시지를 전하게 했다. 평상시 하지 못했던 이런 말들이 나왔다. “그동안 힘들었지? 지금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 할 거야.” “지금처럼만 잘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자.” 

확신하건대, 치유는 자신을 스스로 귀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 자중자애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지금, 현재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 혈관을 흐르는 피에 선조들의 빛나는 얼이 깃들어 있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박정혜 전주대 겸임교수
박정혜 전주대 겸임교수

 

 

 

 

 

 

경북대에서 문학치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상 시치료를 개발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창의도전유형-으로 연구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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