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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대학 교양교육의 나침반
[딸깍발이] 대학 교양교육의 나침반
  • 신희선
  • 승인 2020.11.0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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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안팎에서 참여학습 기회 독려하는 미국 엘론대처럼
한국 대학들도 학생의 성장을 존재 이유로 삼아야

“이 학교의 교수진이 마련한 ‘교양교육’은, 그저 중국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여타 대학의 교육시스템과는 확연히 달랐다.” 『미국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조지 켈러(George Keller)는 엘론대(Elon College)를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고 말한다. 엘론대 총장의 위촉으로 ‘컨설팅’ 업무를 하러 캠퍼스를 방문했던 계기가 이 대학에 대한 책까지 쓰게 했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보잘 것 없는 3류 대학이 가장 훌륭한 학부교육기관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하고 있는 컨설팅 활동에 참여해 여러 대학의 교육 상황을 살피다 보니 더 눈길이 간 책이었다. 

엘론은 매년 실시되는 NSSE(National Survey of Student Engagement)에서 미국 대학 상위 10%에 포함되는 대학이다. NSSE는 다섯 가지 기준을 통해 대학교육을 진단하고 있는데, 엘론대 재학생들의 95%가 현재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 탁월하다고 평가하였다. 그 항목들은 첫째 힘겨운 학문적 도전이 있는가, 둘째 수업이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되고 적극적이고 협동적인 팀별 학습활동을 하는가, 셋째 교수와 긴밀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넷째 인턴십과 해외연수 등 다양한 교육 체험이 있는가, 다섯째 유익한 캠퍼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이다. 이를 준거로 이루어진 평가에서 엘론은 ‘학생참여교육’ 영역에서 독보적이었다. 

엘론대 사례에서 특히 눈여겨 본 점은 ‘엘론 체험과정(Elon Experiences)’이었다. 엘론에 입학한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다양한 리더십 활동, 국제 체험, 지역사회 자원봉사, 연구과제, 인턴십과 같은 공통 교육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그 대학 교수들은 강의를 줄이고 대신에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밀착된 교수법을 사용하였다. 4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수업의 질’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을 만큼 교육의 우수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의 ‘품질 우선주의’를 보여주었다.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교육, 강의실 안팎에서 참여학습의 기회를 독려하는 대학이었기에 엘론은 영예로운 평판을 얻은 것이다.  

한국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엄지 척’ 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될까? SKY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교육의 전부인 듯 몰아치는 분위기에서, 작고 이름 없던 엘론대가 만들어 낸 놀라운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성장에 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엘론은 환기시켜 주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로 창립 10년이 된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전국 대학 교양교육의 ‘베이스캠프’로서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2011년 설립부터 지금까지 학문의 기초가 되는 교양교육과 인성교육을 위해 많은 일들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만난 인생 교양’을 주제로, 대학 교양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성장 스토리를 나누는 ‘제1회 전국 대학생 교양 콘테스트’를 마련한 것도 그중 하나다.

대학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전공중심 구조에서 뒷전이었던 교양교육을 바로 세워 대학교육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학점만 채우면 되는 통과의례 교과로 치부된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각 대학마다 독특한 이름으로 교양대학의 명칭을 내세웠지만, 교양이 차지하는 지분은 여전히 빈약하다. 비교과 영역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융복합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대학교육의 토대는 교양교육이며, 학생들이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비교과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컨설팅’ 활동을 통해 새삼 발견한 것은, 한국의 대학교육이 엘론과 비교해 볼 때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의 성공은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비전’은 우리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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