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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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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0.11.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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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릴로 지음 | 송은주 역 | 창비 | 148쪽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히며 해마다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돈 드릴로의 최신작 『침묵』이 10월 20일 미국과 동시 출간됐다. 출간 전부터 팬데믹이 야기한 고립과 단절에 대한 놀라운 선견지명과 통찰을 담아냈다는 평과 함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돈 드릴로는 2018년 “맨해튼의 텅 빈 거리에 대한 비전”에서 시작해 코로나바이러스로 그가 살고 있는 뉴욕이 봉쇄에 들어가기 몇 주 전에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릴로는 이전에도 『화이트 노이즈』(1985년 1월 출간) 제2부 ‘유독가스 공중유출 사건’을 통해 책 출간 한달 전에 일어난 인도 보팔 유독가스 누출 참사를 예견하는 듯한 통찰을 보여준 것을 비롯해 가까운 미래의 재난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영미 언론에서 늘 그를 수식할 때 써온 ‘예언자적’ 면모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소설은 2022년 슈퍼볼(북미 프로미식축구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열리는 일요일, 원인 모를 재앙적 사건으로 인해 모든 통신 및 전자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은퇴한 물리학과 교수 다이앤과 그녀의 미식축구광 남편 맥스, 아인슈타인에 사로잡힌 전 제자 마틴, 빠리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 짐과 테사 부부가 나누는 간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고 심오한 대화를 통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파고든다. 이전의 작품들과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라는 주제의식을 같이하면서도, 어느 작품보다 친절해진 문체로 장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짧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돈 드릴로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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