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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현대 편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현대 편
  • 교수신문
  • 승인 2020.1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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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 윤병언 옮김 | 아르테 | 1096쪽

‘20세기 최고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볼로냐 대학의 철학 교수 리카르도 페드리가가 기획 편저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가 완간됐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는 유럽 문명의 역사를 다루는 온라인 아카이브 프로젝트 ‘엔사이클로미디어(Encyclomedia)’ 철학 편의 결과물이다. 에코와 페드리가는 철학과 문화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학자와 전문가 83명을 한데 모아 각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서양 지성사를 해설한다. 문화사적 시각으로 철학의 길을 추적하는 이 방대한 시리즈에서 독자들은 시대와 문화 안에서 각 사상이 지녔던 위상과 가치를 파악할 수 있고, 각각의 챕터를 관심사 별로 엮어서 읽을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경건하고 심오한 학문이라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철학에 ‘이야기’처럼 다가설 수 있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는 고대·중세 편, 근대 편, 현대 편으로 나뉘어 총 세 권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출간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현대 편』은 19세기 독일 관념주의에서 시작해 현대 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사유와 가장 맞닿아 있는 현대 철학의 정수를 당대의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문화사적 측면에서 폭넓게 조명하며 인문학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9세기와 20세기는 정치적 격변기이자 수많은 사조들이 등장한 전례 없는 지적 도약의 시기였다. 독일 관념주의는 역사를 이성의 전개 과정으로 이해하며 모든 ‘사실적인’ 것을 곧 ‘이성적인’ 것으로 명명했고,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 유토피아 사상의 등장은 철학이 현실의 정치·경제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실증주의, 분석철학 등 새로운 학문 사조들을 낳았으며, 모든 비교와 체계화를 거부하는 니체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에는 포괄적인 관점을 허락하지 않는 수많은 이질적인 사조들이 대립하고 있다. 결국 진리의 다양성을 확언할 수는 없어도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만큼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철학의 견해다. 철학이 여전히 최고 학문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철학이 ‘경이로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한 번 사용한 다음 버릴 수도 있는 사다리에 비유했지만,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의 글들은 사다리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으며, 다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젠가는 그 사다리가 앎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하리라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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