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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새로운 지평’…생명은 물건이나 숫자가 아니다
‘인간·새로운 지평’…생명은 물건이나 숫자가 아니다
  • 김재호
  • 승인 2020.10.2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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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재단 학술사업 40주년 심포지엄 미리보기

인간의 역사는 나선형 진행
인간 바깥과 소통하는 시대
절망과 공포는 지양해야

이번 대우학술사업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념책자 『인간․새로운 지평』이 발간된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대우총서 및 지평의 학술적․사회적 의의 및 영향’이 공개된다. 데이터 분석 결과 그 동안 학술총서가 약 650여 종, 고전총서가 50여 종 도합 700여 종의 총서가 발간됐다. 학술총서 중 논저가 365종으로 전체 지원 단행본 중 49%, 번역 총서가 279종으로 38%, 공동연구저서가 96종으로 13%를 차지한 인문과 과학을 통틀어 순수학술연구 지원에 집중했는데, 자연과학의 기초분야에 231종(31.3%), 인문학 299종(40.6%), 사회과학 193종(26.2%)이다. 

 

 

 

단행본, 인문사회과학 분야 많아

 

이번에 개최되는 심포지엄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대에 새로운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새로운 미래에서 인류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광억 학술운영위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안전과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의 성찰과 융합적 지식의 확보를 주제로 삼았다”며 “인류의 역사에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오는 신과학기술은 인간이 인간 바깥의 사물과 자연과 기술과 소통하고 타협해야 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과 팬데믹이 인류가 그 동안 익숙해왔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포스트휴먼’은 분명 인류의 존재양식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바뀌어지거나 혁명적이거나 충격적이진 않을 거라는 게 김 위원장의 예측이다. 그는 “인류의 역사는 하나가 전혀 다른 새로운 하나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이 것이 축적되면서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나선형 진행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당장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들이닥치는 것처럼 여겨서 인간 존재에 대한 절망과 공포에 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빅 히스토리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과거와 미래를 잇는 관점에서 성찰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 혹은 인류를 지식과 기술과 제도의 논의의 핵심에 위치시킬 것과, 인간중심의 생각을 벗어나서 비인간적 요소들과의 소통과 타협의 맥락을 확립할 것, 그리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확립하는 지식체계를 추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의 인류

 

김 위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권두논문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지평: 전환적 성찰과 융합적 전망」을 썼다. 이 글에서 그는 “인간의 불안은 인간과 자연과 신의 공존의 상태가 점차 분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기독교가 서구 문명의 핵심 동력이 되고 서구 문명이 곧 인류 문명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기독교적 사고방식은 인간과 신의 대화에 집중함으로써 자연은 소홀히 다룬 반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인간의 본성에 주목하는 동양적 세계관은 주변부가 되었다“고 적었다. 이러면서 인류는 자연을 재조하고, 재편하기 시작했다. 욕망이 더해지면서 말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종(種)의 개념에서 볼 때 현재 인류는 하나의 동질적인 존재이지만 사회와 문화의 맥락에서 볼 때는 대단히 상이하고 다양하며 이질적인 존재들”이라며 “포스트-휴먼시대에 인간은 ‘대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익혀야 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인간은 자연의 구성 요소라는 사실과 인간의 생명은 물건이나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우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우학술사업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되는 내용들은 추후 <지식의 지평> 29호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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