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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슬럼프를 극복했을 때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슬럼프를 극복했을 때
  • 교수신문
  • 승인 2020.10.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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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에서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슬럼프(slump)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슬럼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겨내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슬럼프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유명인들의 슬럼프 극복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슬럼프의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던 일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슬럼프의 극복을 통하여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도 한다. 연구자들에게도 대학원 생활이나 직장 생활 중에 연구와 관련된 슬럼프가 올 수 있는데 과제 진행이나 성과와 연결되어 슬럼프가 길어지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여기에서 슬럼프를 극복했던 나의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나는 석사과정을 졸업하면서 취업과 박사 진학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석사과정 연구를 수행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들을 연구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지만 동시에 연구 진행될수록 나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연구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기에 선뜻 진학을 결정할 수 없었다.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연구자로서 적합한 능력이 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박사를 진학했을 때 돌이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감사하게도 지도 교수님은 많은 조언을 해주시면서 진학을 적극 권유하셨고 주변에서도 응원을 해주었기에 최종적으로 박사 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박사과정이 시작되면서 이전에 고민하였던 상황들이 나를 압박했고 나는 결국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다 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슬럼프는 쉽게 극복되지 않았고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대학원 생활 자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많이 어려웠다. 어느 순간에는 박사과정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러한 나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고 상담 치료도 받았다. 상담은 나를 돌아보고 자존감을 높이는 부분에서 도움은 되었지만 완전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

슬럼프에서 완전하게 회복된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단순한 경험 때문이었다. 평소와 같은 어느 날 갑자기 대학교 입학 면접시험 날이 떠올랐고 너무나 생생하게 그날의 모든 상황이 기억났다. 면접은 세미나실에서 진행이 되었고 학생들이 차례차례로 들어가서 3개의 테이블에서 1개씩의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 그중에서 두 번째 질문은 원자력공학과에 진학을 해서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나중에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원자력공학과를 전혀 알지 못했고 수능 점수에 맞춰 과를 선택했기에 원자력공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하게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없었고 너무나 막막한 질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대답했는데 의료분야에서 방사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석사와 박사과정 동안에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종양을 치료하는 의료분야와 관련된 연구였기에 그 날의 기억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나에게 운명이라고 생각됐다. 지금까지 나를 짓눌렀던 많은 고민들과 문제들이 이제는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나에게 슬럼프는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다. 기나긴 슬럼프를 통해 나는 나의 한계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삼성서울병원의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나의 운명과도 같은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들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식과 비숫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각자의 삶에서 슬럼프라는 문제가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자신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현명하게 슬럼프를 극복해 또다른 자신의 발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조성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Ph.D 조교수
조성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Ph.D 조교수

 

 

 

 

한양대학교에서 원자력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Ph.D 조교수로 양성자 치료기의 정도관리 및 임상 지원 등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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