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안유순 지음 | 푸른길 | 384쪽
북한과의 경계인 휴전선은 서울에서 50㎞도 떨어져 있지 않다. 게다가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바로 북쪽에 북한이 있다. 북한은 이처럼 필연적으로 주변의 어느 이웃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냉소주의는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반복되어 온 북한의 도발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는 북한 뉴스에 그 원인이 있다.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북한에 대한 뉴스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근황과 같이 정치·경제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뉴스에는 그것이 우리와 시공간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즉 우리가 접하는 북한 정보에 지리적 맥락이 결여됨으로써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9년 북한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황강댐을 개방하여 그 하류 지역에 거주하는 연천군 주민 6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계속되는 황강댐 무단 방류에 대해 우리 정부는 2010년부터 군남댐을 설치하여 수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수문 개방과 수자원 관리에 대한 남북한 공동의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2020년 여름을 강타한 세 차례의 태풍처럼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속에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라는 땅을 나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은 곧 우리 삶과 안전에 대한 무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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