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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는 힘
응답하는 힘
  • 김재호
  • 승인 2020.10.16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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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이 사토시 지음 | 박성관 옮김 | 글항아리 | 416쪽

1980년대 후반 파리에서 유학하며 자크 데리다를 시작으로 프랑스 현대사상, 문학이 주는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던 저자 우카이 사토시.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권위’가 되어버린 지적 조류에 대해 탈중심화를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및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1996년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와 함께 영화 「쇼아」 상영 운동을 벌였으며, ‘민족학교 출신자 수험 자격을 요구하는 국립대학 교직원 성명’,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운동’ 등 각종 운동, 성명의 발기인으로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노골적으로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문제 대응 방식에 대해서 “역사적 수치를 부인한 폭력적 행태”라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최근 도쿄도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위령의 공원에 사자에 대한 차별과 모독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예년처럼 추도식을 허가하라는 지식인 117명의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각종 사회 현안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 『응답하는 힘』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들을 묶은 오래된 책이지만,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타자화되고 소외되는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기 위한 표현을 모색하는 ‘행동하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의 사상적 궤적은 2020년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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