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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비극(상, 하)
아메리카의 비극(상, 하)
  • 김재호
  • 승인 2020.10.1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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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 김욱동 옮김 | 을유문화사 | 804쪽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대표작인 『아메리카의 비극』(전 2권)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겨난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간극 속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는 개인의 욕망이 사회적 부조리, 타인의 욕망과 충돌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생생히 그려 낸 이 작품은 20세기 미국의 현실을 장대한 파노라마처럼 보여 주는 대작이다.

 

시어도어 드라이저는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로 『아메리카의 비극』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는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자본주의 상승기에 있던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이 담겨 있다. 『아메리카의 비극』에서 드라이저는 19세기 말엽 프랭크 노리스가 미국 문학에 처음 도입한 자연주의 전통을 이어받아 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문학 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그의 첫 작품인 『시스터 캐리』를 발굴하고 출판하도록 독려한 사람이 다름 아닌 프랭크 노리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일찍이 저널리스트로 출발한 드라이저는 미국 사회의 누추한 모습과 불평등을 비롯한 여러 어두운 현실을 직접 지켜보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다. 다년간 현장 곳곳을 누비며 형성된 저자의 날카로운 문제적 시각이 돋보이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현대 사회가 부를 향유하는 소수와 힘겹게 살아가는 다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이러한 냉철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환경과 유전, 본능에 지배받는 인간의 비극성을 생생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사회경제적 결정론과 우연적 사건은 주인공 클라이드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작품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에게 자유의지를 행사하며 누추한 삶을 개선할 여지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적 부조리와 개인의 모순을 극적으로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오늘날 미국판 『죄와 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아메리카의 비극』에는 20세기 초엽의 미국 전체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길거리 전도사부터 시골 농부, 사업가, 법조인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지리적 배경도 애디론댁산맥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을 포함하다시피 한다. 시어도어 드라이저는 이 작품을 당시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거울이라 생각했다. 『아메리카의 비극』은 그러한 그의 의도에 부합하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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