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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부터 장하준까지…기억을 소환하고 전승하다
김구부터 장하준까지…기억을 소환하고 전승하다
  • 김재호
  • 승인 2020.10.1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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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520쪽

한국 현대사를 정리하는 일은 사건보다 사람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는 ‘100년에서 100년으로의 한국 지성사’를 살펴본다. 지금 100년을 정리하는 일은 향후 100년 좌우하는 작업이다. 거기에 김구부터 장하준까지 등장한다. 


이토록 성실하게 철학, 사회학, 역사학, 자연과학 등 다방면에 걸쳐 모험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 따르면, ‘대한(大韓)’은 ‘우리나라’, ‘민국(民國)’은 ‘국민이 주인’임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우리나라”라고 김 교수는 정의했다.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은 기억을 두 차원에서 접근한다. 실존적 기억과 집합적 기억. 책은 시대정신의 사상가들과 종교적 구원을 꿈꿨던 구도자들, 인생의 의미를 찾았던 예술가들, 과거에서 미래를 찾고자 했던 역사가들, 자연을 탐구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을 두루 살펴본다. 


김 교수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은 우리 역사에서 현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이뤘다”며 “진리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잊어서는 안 될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승하는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식인의 과제, 기억 소환과 전승

 

1장 ‘독립운동가와 나라 세우기’에선 ‘여운형’편이 주목된다. 여운형은 『조선 독립의 당위성 (외)』를 쓴 바 있다. 여운형은 좌우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여운형은 김규식(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과 함께 중도를 대표했다고 김 교수는 평했다. 여운형의 주요 활동은 첫째 <조선중앙일보> 사장 시절 손기정의 일장기 말소 사건, 둘째 조선건국동맹의 조직이다. 1944년 결성된 조선건국동맹은 좌우를 넘어선 통합 노선을 지향했다. 광복 이후에도 그는 좌우합작과 남북연합으로 통일을 꿈꿨으나 좌절했다. 1947년 7월, 여운형은 혜화동로터리에서 피살됐다.   


2장 ‘종교와 철학’에선 ‘함석헌’ 사상가가 눈에 띈다. 김 교수는 “함석헌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민주주의와 민중 담론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며 “그는 민족주의를 중시하면서도 협애한 민족의식을 넘어선 보편적 세계주의로 나아갔다”고 적었다. 함석헌의 역사관은 우리 민족이 거쳐온 고난에 중심을 둔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가 고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해방을 이끌었듯, 고난의 한국 역사는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는 역설의 역사라는 게 함석헌의 역사철학이었다”고 밝혔다. 함석헌의 사상은 ‘씨알’인데, 평민이 중심이 돼 생명과 평화를 중시하는 세계관이다. 민중 담론과 현대성의 이상을 추구한 사상가가 바로 함석헌이다.  

 

중도 ‘여운형’과 생명과 평화의 ‘함석헌’

 

9장 ‘여성과 환경’에선 최근 작고한 고 이이효재(1924. 11. 14. ~ 2020. 10. 4.)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등장한다. 여성운동에 한 평생 헌신한 이이효재는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평이다. 특히 이이효재는 여러 저술들을 통해 분단 시대 사회학의 지평까지 살펴본 부분은 학자로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이이효재의 학술적 업적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가진 사회적 억압에 맞선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계몽의 측면에 있다. 여성운동의 미래를 살펴보면서 김 교수는 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남녀 차별 해소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다. 둘째, 여성 전문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셋째 가부장적 조직과 문화의 탈바꿈이다. 


현대 한국의 지성사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좌우됐다. 그들의 궤적을 아는 일은 책의 제목처럼 모험이지만 좌표이기도 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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