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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코로나바이러스와 공동체의 윤리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코로나바이러스와 공동체의 윤리
  • 교수신문
  • 승인 2020.10.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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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전환기에 가장 큰 영향 미친 전쟁과 전염병
코로나 통해 공동체 지키기 위한 윤리 작동 확인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확산세가 무섭다. 우리의 일상은 다시 위태로워졌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의 통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를 미증유의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문명의 전환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두 가지는 전쟁과 전염병(질병 혹은 역병)이다. 그런데 그 둘은 무엇보다 약탈적 성격의 성장문명의 형성과 발전단계에 따른 필연적 모순이다.

기원전 431년 희랍 반도의 내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발생한 전염병으로 인해 아테네 병사 4분의 1과 아테네 인구 3분의 1이 사망함으로써 전쟁의 양상은 물론 아테네의 이상과 찬란한 문화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아테네를 휩쓴 역병을 오늘날의 전염병과 같다 하기는 어려우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등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생환경의 불량과 인구의 밀집을 주된 발생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작금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생태계의 파괴와 무관하지 않으며, 특히 도시인구 밀집 등의 사정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마마 혹은 천연두로도 불리는 두창(痘瘡) 역시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유럽의 침략자들은 두창 바이러스까지 함께 가져와 1518년부터 31년까지 원주민의 3분의 1을 사망케 하였다. 1993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소설 『자비』(A Mercy)는 17세기 말 미국에 살던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에 의해 멸족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그들이 감염시킨 천연두로 묘사한다. 

역병이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보다 정신사적인 변화가 오게 마련이다. 431년 희랍 반도의 내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발생한 전염병 이후 아테네 사회는 아노미적 상황 및 도덕적 타락, 그리고 규범의 파괴라는 혼란에 직면한다. 역병이 발생하기 전 아테네인들은 개인적 이익보다 공동체의 선에 기반을 둔 삶을 매우 가치 있게 여겼다. 그러나 역병이 휩쓸고 간 이후 공공선의 추구보다 점차 냉소와 절망이 심화되고, 종래 그들이 추구했던 균형과 조화가 아닌 부도덕과 무절제의 상태로 빠졌다. 뿐만 아니라 아테네인들은 그들이 믿었던 신에 대해서 어떠한 두려움도 갖지 않게 되었다. 신을 숭배하는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역병에 죽어가는 것을 목도한 그들은 이제 신의 신성함과 전능함에 대한 믿음 대신 순간적인 쾌락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그렇기만 했다면 인류는 진즉에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던 대구·경북지역에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갔던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 익명의 시민들이 병원 앞에 가져다둔 마스크들, 누군가 끼니마다 보내준 음식들, 그리고 방역당국의 헌신과 자발적 협력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세를 멈추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국민들을 보면 불안과 공포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윤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협회의 대정부투쟁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으나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이나 자신의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해 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볼 때 마냥 비난만 해서 될 일은 아니겠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어느 직군을 막론하고 사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 아닌 게 없으니 히포크라테스 선서 운운하면서 그들에게만 높은 도덕적 책무를 떠넘길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 공동체가 붕괴되지 않은 만큼의 투쟁과 윤리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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