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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코로나19와 이동성, 그리고 인간안보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코로나19와 이동성, 그리고 인간안보
  • 최효원
  • 승인 2020.10.13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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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비접촉 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접촉은 ‘언택트(untact)’라는 용어와 병렬적으로 사용된다. ‘언택트’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것으로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받는 일을 의미한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일상적인 삶의 양태가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을 하나 꼽는다면, 이 시각에도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접촉은 이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클릭해 물건을 주문하면, 창고에 놓여있던 물건이 이동을 시작한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의 여정도 이동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아침에 집에서 나가 물을 주고, 혹은 먹이를 주어 정성스레 돌본 대상이 식재료가 된다. 식재료는 화물차에 실어진 뒤, 일련의 경로를 지나고 조리과정을 거쳐 현관 앞에 배달된다. 우리가 언택트라고 명명하는 수많은 행위들은 사람, 물자 그리고 정보의 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연구주제는 비접촉 시대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삶에 편재하는 이동 중에서, ‘사람의 이주’와 ‘그에 대한 통제’에 관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교육을 위해, 결혼과 은퇴 생활을 위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경제적 동기에 의해, 종교와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주를 감행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경을 넘는 국제적 이주는 계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주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국경을 넘나들고,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에 따라 국경 통과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한편, 이동을 전제로 하는 인간의 삶은 국경과 경계를 넘어 긴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국제적 이주는 한 국가의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사건이므로, 영토적 관할권을 보유하는 국민국가들은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국경을 가운데 두고 ‘자유로운 이주’와 ‘이주 통제’가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되는 이유이다.

코로나19와 이주 통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앞으로 인간의 이동성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가 전개될 것인지 조심스레 예측해 볼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은 2000년 초반부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호 아래 강력한 이주 통제를 시도해왔다. 이로써 특정 종교의 테러 집단화, 종교적 분파 갈등, 정치공세가 심화됐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다수의 국가들은 국경을 걸어 잠갔고, 이로써 노동력 공급과 기초 생필품 및 식량 공급망에 즉각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향후 국가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가안보 프레임에 식량안보, 기술안보, 기후안보 등을 덧입힘으로써 더욱 강력한 국가 통제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주가 더 나은 삶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욕구의 반영이라는 측면을 생각할 때, 국가의 이주 통제는 인간의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지향해야 한다. 지나치게 강한 통제는 국가, 문화, 종교, 인종 등을 기반으로 연대감이 형성돼 있는 하나의 집단이 다른 집단에 대한 타자화를 공고화하는 변인이 된다. 억압, 혐오, 차별이 확산돼 일상을 해체시키는 촉매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각 국가가 이주 통제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시에는 세계는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이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에서 명시된 ‘인간안보’를 실천할 수 있고, 실현해야만 하는 타이밍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는 오히려 국가적 차원의 ‘연대’가,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운동에의 참여’가 필요하다. 

 

 

 

 

최효원

연세대 법학과 박사과정(법사회학 전공)에 재학 중이다.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양성과정 사업의 지원을 받아 국경관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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