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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에서 '기술위험예측'까지, 인문-자연과학 상상력 필요
'식품안전'에서 '기술위험예측'까지, 인문-자연과학 상상력 필요
  • 안성우 과학객원
  • 승인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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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특집: 공생을 위한 10가지 과학기술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이 우리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지, 혀재 직면한 과학기술문제는 어디서부터 그 대안적 기술에 대한 고민과 지혜가 필요한지 덧붙인다. 이같은 과학기술 지형도는 수익창출의 측면에서 다소  뒤지는 분야이겠지만, 삶과 인간을 위한 예측지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이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현재 개발되고 있거나,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기술분야들을 살펴본다.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한 10가지 기술분야


현재의 기술수준, 변화의 추세와 혁신 역량으로 봤을 때 몇 년 뒤에는 어떤 기술이 개발될 것인가. 예컨대 2015년 기술환경을 예측하고 있는 미국 RAND 연구소의 보고서 ‘세계기술혁명’에서는 학제간 경계를 뛰어넘는 기술혁명이 인류의 미래에 가져다줄 놀라운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수많은 정부 및 비정부기관들의 전망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개발 가능한 기술이 미래에 안겨다줄 경제적 이익에 앞서 기술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 중 어떤 부분에 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우리 공동의 미래위한 기술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식품안전기술, 공공의료기술, 고령화대비기술

식품과 관련된 기술적인 이슈는 효율적인 대량생산방법 찾기에서 점차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 및 관리의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의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확산되고 있고 FTA 체결도 변화 요인. 이런 변화에 체계화된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의 필요성이 최근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올해 정부는 식품안전관리기본법 제정, 식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생산이력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산환경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과정까지 고려하는 통합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와 그러한 과정에 적합한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식품관련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이외에 식약청, 농축산업 관련 정부기관들이 주로 이 분야의 기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희귀병 치료제/치료방법 개발, 난치병 치료기술 개발, 환경호르몬이나 전자파처럼 최근 기술발전의 산물이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치료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한양대병원은 이달 중으로 '새집 증후군' 전문클리닉을 개설할 계획인데, 공학과 의학이 만나 산업공학 및 환경산업의학에서 새 건축자재나 가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피부과/호흡기내과 등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앞으로 치료기술 개발과 함께 예방을 위한 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 같은 원격의료기술이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소와 종합병원을 연결시켜주는 보완적인 기술도 미래 기술로 자주 언급되고는 있으나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등장에 따라 제기되는 기술은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GT),  고령인구의 욕구에 부응하는 복지과학기술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노인들에게 건강과 활동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술들이 대표적인 사례. 다양한 ‘시니어 비즈니스’ 내지는 ‘실버산업’의 규모가 현재 25조원 이상이며, 앞으로 급속히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기술수준은 그에 못미치고 있다. 출입구, 계단 등을 개조한 주택건축, 노인의 신체능력을 고려한 제품 디자인 등 일상생활의 측면과 함께 단순히 신체적인 보조기술을 넘어서 노인들이 일하기 용이한 작업장, 이동이 편리한 공공장소 및 교통시스템 설계기술 등이 논의대상이다.

환경보호 기술, 수자원 재활용 기술

대기오염 방지기술, 지하수/토양 관리기술, 폐기물 처리 및 자원화기술, 지구환경 감시 및 예측기술, 사전오염 예방기술(청정기술), 소음공해 저감기술, 해양환경 청정화 기술 등이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보호 관련 기술은 주로 사후 처리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기/수질/폐기물 등의 설비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나 첨단 환경기술수준은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3천6백억여원이 투입된 환경기술 개발사업  G-7 프로젝트는 이런 장기 과제, 즉 사전오염예방과 생태계 복원, 지구환경 분야에 소홀했다. 이를 감안해 2001년부터 향후 10년 간 환경부와 환경기술진흥원이 관리하는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 사업이 진행중이다.

물의 부족은 장기적으로 보아 석유부족 이상 가는 충격을 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과기부와 건교부가 지원하는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은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단 중 하나로서, 현재 물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10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표수나 지하수의 개발 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지만, 개발된 수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보다 긴요한 과제이다. 광주과학기술원 부설 물 재이용 기술센타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도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활용하는 기술, 그리고 서울대와 건설기술연구원, 농업기반 공사가 협력개발 중인 생활하수 처리수의 농업용수와 하천 유지용수 재이용 기술 등이 그 사례들이다.

원전 및 핵폐기물 처리기술,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

18년간 끌어온 핵폐기장 부지를 둘러싼 논쟁과정의 교훈은 현재의 안전에 대한 기술적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이상 핵폐기물 처리방법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수도 없다. 핵폐기장을 발전소 내에 지을 것인가, 외부에 새로 지을 것인가, 안전한 수송은 어떻게 가능한가 등의 현안과 함께 원전의 폐쇄기술, 사용한 후의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리기술 등에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참고해 한국 상황에 적합한 기술의 개발이 요청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핵발전 및 핵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역시 대안적인 에너지 생산기술을 하루빨리 상용화하는 것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 소수력, 지열 등이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태양력 및 풍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정부차원의 성과물은 적은 편이지만, 민간단체인 에너지대안센터가 나서서 태양광발전기를 2군데, 풍력발전기는 10군데에 건설했다. 유니슨(주)는 내년부터 강원도 대관령에 98㎿급, 경북 영덕에 40㎿급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풍력발전 시범단지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2만㎿의 전력을 생산, 한전에 판매해 13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인 남부발전은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한편 강원도 일대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기술, 일상적 위험에 대처하는  기술, 기술의 평가 기술

온라인 공간이 점차 오프라인에서의 생활 전체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이 내포한 위험성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암호화기술을 기본으로 하여 전자서명, 보안 등과 관련된 여러 기술이 개발됐다. 현재 기업들에서는 장기적으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 신상 정보를 여타 개인의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에서 분리하면 사생활 침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향후 개발될 양자암호 기술은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또다시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는 딜레마에 대한 기술적인 고민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교통사고에서부터 인터넷의 불통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사고는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준다. 전반적으로 위험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은만큼 위험통제체제를 갖추고 점차 상호신뢰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위험관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기술적 대응은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며 결국 사후적인 대응에 그치고 마는 것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유례없이 엄청난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과 자연환경 모두에 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 때문에 홍수 및 수해 방지기술 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시급하고도 필연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재해상황 시 긴급투입이 가능한 장비 등은 아직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고 그나마도 초고층 건물 등의 경우 대형참사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으므로 대응체계의 보완과 더불어 기술적인 해결책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다룬 기술분야들은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인 문제는 기존의 기술적 요소와 결합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국 전체 문제 중 기술과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은 기술에게 맡기려는 시도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등장한 기술들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강력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역설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무엇이 현대 사회의 문제인가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기술이 성취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공상에 까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결합된 상상력이 필요하다. 최근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결합으로부터 기술의 위험을 사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따라서 기술발전 방향을 좀 더 성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기술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된다.

안성우 과학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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