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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대안은 '위기를 사유하는 비판이론’
코로나19 대유행…대안은 '위기를 사유하는 비판이론’
  • 김재호
  • 승인 2020.10.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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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사상의 좌반구
라즈미그 쾨셰양 지음 | 이은정 옮김 | 현실문화 | 536쪽

시대를 이끄는 사상은 언제나 좌우가 균형을 이뤄왔다. 현실은 사상의 무게가 우측으로 기운 측면이 있다. 좌측엔 언제나 사회저항 운동으로서 비판이론이 있었다. 비판이론은 한 마디로 “총체적인 방식으로 기존 사회질서를 문제 삼는 이론”이다. 


시기적으로 사회저항 운동은 1989년에 거의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사회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규정되는가? 책에선 우리 시대를 대량 실업과 고용 불안, 전 지구적 규모의 대테러 전쟁,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평등 증가, 임박한 생태위기로 특징지었다. 


저자 라즈미그 쾨세양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 사회학 교수다. 그는 좁은 비판이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그래서 비판이론의 개념을 ▷ 퀴어 이론 ▷ 사건의 형이상학 ▷ 포스트모더니즘 이론 ▷ 포스트식민주의 ▷ 열린 마르크스주의 ▷ 헤겔적 신라캉주의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포괄성과 양면성 지닌 마르크스주의

 

비판이론의 핵심에 마르크스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장점은 포괄성과 양면성이다. 저자 쾨세양은 “마르크스주의는 포괄적 패러다임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른 가능한 세계의 윤곽을 상상하게 해주는 정치적 기획을 제공한다”고 적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전체 세계와 관계를 강조하는 구조주의에 바통을 넘긴다.  


새로운 세기에는 새로운 운동들이 등장했다. 여성운동, 민족해방운동, 동성애자운동, 정치생태학, 정보와 미디어윤리 등. 이제 비판이론은 신비판이론으로 진화한다. 저자 쾨세양은 “신비판이론은 1960년대의 운동이 패배하며 나온 산물”이라며 “앞으로 비판이론은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세계체계의 주변부에 있는 지역에서 발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의 좌반구』 2부는 이론들을 탐색한다. 주요 키워드는 ‘체계(4장)’, ‘주체(5장)’다. 여전히 사상의 궤적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건 권력의 문제다. 권력으로부터 이탈하느냐 그 중심을 해체하느냐는 사상의 핵심에 닿는다. 제국과 다중, 민족과 자본, 노동과 해방, 민주주의와 계급은 이론의 바탕을 이룬다. 

 

라즈미그 쾨세양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 사회학 교수로서
비판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 역사를 정리했다. / 사진 = 베르소(Verso)출판사.

 

담론과 실천의 괴리, 역사부터 정리해야

 

책의 해제를 맡은 배세진 파리 7대학 박사과정생(정치철학)은 담론과 실천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는 비판이론의 역사의, 아니 비판이론 그 자체의 ‘지배어’”라며 “구조주의는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종결시키고, 이후 구조주의는 포스트구조주의로 변모한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신좌파들은 국제금융 질서에서 정치운동이 패배하면서 비판이론은 학계 내로 후퇴하며 제도화 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배세진 씨는 “저자가 2010년 희망했던 것과 달리 2020년 지금에도 비판이론은 자신의 요새 안에 고립되어 정치운동과 어떻게 다시 관계 맺어야 할지에 대한 물음의 해답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책의 의의에 대해 “우리는 비판이론의 아포리아(난관의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그것의 역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결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새로는 비판이론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직면한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하기위해선 “위기 속에서 돌발했으며 위기를 사유하는 비판이론”이라고 배세진 씨는 제언했다. 과연 이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비판이론의 역사 속에서 조명해볼 수 있지 않을까.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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