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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누구인가?…삶의 ‘두 번째 산’ 오르기
나는 누구의 누구인가?…삶의 ‘두 번째 산’ 오르기
  • 김재호
  • 승인 2020.10.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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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부키 | 600쪽

인생의 고통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릴 수 있더라도 대비를 해볼 수 있을 터이다. 저자 브룩스는 인생을 두 개의 산으로 비유한다. 첫 번째 산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다. 처음 산에 오르는 길은 나를 알아가는 길이다. 재능을 연마하고, 평판을 관리하며 더욱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 첫 번째 산을 오르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산에 오른다 하더라도 언제든 굴러 떨어질 수 있다. 


첫 번째 산에서 좌절을 겪은 이들은 다양하게 반응한다. 저자 브룩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이들에 주목한다. 책에선 “계곡에 떨어진 뒤 그들의 동기 부여는 자기중심적인 것에서 타인중심적인 것으로 바뀐다”며 “첫 번째 산이 자아를 세우고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산을 오르는 건 내가 산을 정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번째는 산이 나를 정복한다. 한 마디로 “두 번째 산의 인생은 헌신하는 삶”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큰 고통을 겪은 저자는 이제 두 번째 산에 오르려 한다. 5년 동안의 방황을 끝낸 저자 브룩스는 인격보다 더 좋은 것이 바로 공동체와 함께 하는 도덕적인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인격 너머 공동체의 기쁨을 보라

 

저자 브룩스의 일침을 들어보자. “우리는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 지나치게 인지적으로 접근해 왔고, 도덕적인 관점이 필요할 때 지나치게 실용적인 관점을 채용해 왔으며, 더 높은 수준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할 때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해 왔다.”


브룩스는 기쁨의 6가지 층을 구분한다. △ 신체적인 기쁨 △ 집단적인 열광 △ 감정적인 기쁨 △ 정신적인 기쁨 △ 초월적인 기쁨 △ 도덕적인 기쁨. 맨 마지막의 도덕적인 기쁨이 그가 말하는 최고의 기쁨이다. 여기서 정말 반전이 나타난다. 기쁨에 넘치는 사람들은 온갖 고통을 경험하고,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인 경우가 많다. 브룩스는 “영원한 기쁨은 온갖 시달림과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나온다”며 “행복은 어떤 개인적인 바람이 충족될 때 나타나지만, 영원한 도덕적 기쁨은 어떤 바람이 다른 사람들을 향할 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바로 ‘도덕 생태계’이다. 낡은 도덕 생태계는 도덕적 활동가들과 문화 분야의 선구자들에 의해 달라진다. 새로운 도덕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건 바로 도덕적 기쁨을 맛본 이들의 헌신 덕분이다.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져야 할까.
저자 브룩스는 '나는 누구의 누구인가?'를 고민해보자고 조언한다.
도덕적 기쁨을 향해갈 때 고통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도덕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

 

책에선 자아의 욕구를 중심에 둔 첫 번째 산과 관계주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두 번째 산이 등장했다. 두 번째 산은 인간 관계와 헌신 그리고 심장과 영혼의 욕구를 중심에 둔다는 게 저자 브룩스의 설명이다. 초개인주의를 넘어서 도덕적 기쁨을 맞이하는 공동체로 나가는 것이, 오늘 밤에도 외로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들이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 브룩스의 선언서가 담겨 있다. 두 번째 산을 넘으며 겪었던 고통은 관계주의로 가는 길목이어야 한다. 그는 “초개인주의는 모든 것을 조건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안정을 말살한다”며 “관계주의자는 각 개인을 따뜻한 헌신의 두텁고 매혹적인 관계 망 속에 존재하는 연결점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건 일 중독에 대한 일침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더 챙기지 못하고 일에만 빠져 있게 되면 관계주의로 나아가기 힘들다. 저자 브룩스 역시 일에만 매여 살다 나중에야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상호 의존 선언에선 매우 중요한 질문의 전환을 말한다. 이런 전환이야말로 두 번째 산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보물 같은 지혜이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누구의 누구인가?’로.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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