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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용어 개념 정립은 한국학 집을 짓기 위한 벽돌”
“학술용어 개념 정립은 한국학 집을 짓기 위한 벽돌”
  • 장성환
  • 승인 2020.10.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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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한국학 학술용어에 대한 개념
연구자별로 이해·사용례 달라

『한국학 학술용어』 책 통해
올바른 용어 사용 이뤄지길

“집을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그 재료인 벽돌의 크기가 일정하게 규격화돼 있어야 합니다. 학문도 마찬가지죠. 한국학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학술용어의 개념부터 올바르게 정립해야 합니다.”

전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이번에 발간된 『한국학 학술용어』가 한국학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 벽돌을 규격화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이 책은 전 교수를 포함한 18명의 교수가 한국학 정립과 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진 개념어 중 현대 한국학 연구와 심화에 필수적인 학술용어 18개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그 용어의 사용례, 변천, 관련 논쟁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 2018년부터 약 2년의 시간 동안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를 꾸려 논의한 끝에 가장 많이 거론된 항목을 중심으로 뽑았다. 또한 항목별로 검토자를 둬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한국학 연구는 서구 학계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연이 확장되고 있으나 주요 용어에 대한 이해나 사용례가 연구자별로 달라 학문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서구 학계는 핵심적인 학술용어들을 정리해 오래전부터 축적한 지식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학계는 주요 용어 사전과 백과사전에 단편적인 서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한국학 학술용어』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해명하는데 핵심 키워드가 되는 학술용어를 해설하고 그 용어가 가진 특별한 의미와 가치, 전통과 근대 경험을 반영해 학문적 보편성을 가진 개념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조명했다. 또 기존의 단편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국내·외의 학문적 성취를 종합적으로 조명·진단하고, 연구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제시해 새로운 연구 방법 개발을 도모했다.

전 교수는 이 책의 18개 항목 중 ‘식민사학’을 다뤘다. 그는 “식민사학의 경우 우리나라의 개항 전후부터 식민지 시기에 걸쳐 일본인 관학자들이 왜곡·조작한 한국사관이나 한국사상 이론체계라고 할 수 있으나 역사학계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의도적 왜곡’을 식민사학의 본질적 구성요소로 보는 것이지만 근래에는 근대 역사학 자체가 제국주의 및 식민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견해가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합리화하려는 목적으로 사료를 취사선택하고 연구 내용을 조작한 게 식민사학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팽배했는데 최근에는 ‘제국주의 시대의 실증사학’이라는 의미로 식민사학의 공간적 제한과 목적의식성을 상대화하는 담론이 제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학 관련 학술용어가 일반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쓰였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술용어들이 올바르게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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