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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천천히, 한 걸음씩, 묵직하게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천천히, 한 걸음씩, 묵직하게
  • 교수신문
  • 승인 2020.09.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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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초변화’, ‘융합’ 등은 현대 사회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구 반대편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일상 속 삶의 모습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과학, 기술 및 인문사회과학 등의 학문 분야 간 융합은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 탐구를 가능하게 했고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초연결’, ‘초변화’, ‘융합’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종속되어 있다. 현대인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와 그 원리들을 담아낼 수 있는 기술,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리성을 고려한 디자인 등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며 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 인류가 연결되어 있다. 최근 높은 관심과 함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딥러닝 인공지능 분야도 그 기본 개념은 신경생리학자이자 정신과 교수였던 Warren McCulloch와 인지심리학 분야의 논리학자였던 Walter Pitts에 의해 제안된 McCulloch-Pitts 모델에 기초한 것이며 인간 두뇌의 작동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 딥러닝 기술은 의료, 금융, 천문학, 인문사회학, 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연구되고 있으며 진정한 ‘초연결’, ‘초변화’, ‘융합’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과학자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할까? 연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보는 일’이다. 한자어를 살펴보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진다. 硏(갈 연)은 石(돌 석)과 幵(평평할 견)이 합해진 단어로 ‘같은 높이에 있어서 평평하게 보이는 두 개의 물건을 돌을 이용하여 더욱더 반듯하게 갈고 닦는다’는 뜻이며 究(연구할 구)는 穴(구명 혈)과 九(아홉 구)가 합해진 단어로 ‘구멍 속 깊이의 끝(아홉은 마지막을 의미)에까지 이른다’는 뜻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여 마침내 그 끝에 이르는 것이 연구라고 말하고 있다. 영어는 연구자의 의미를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Researcher = Re + Searcher. 찾고 찾고 또 찾는 사람!

요즘 연구에 임하는 나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돌아본다. ‘초연결’, ‘초변화’, ‘융합’만을 생각하다가 깊이는 없고 많은 결과만을 내세우는 백화점식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문제의 핵심은 해결하지 못하고 겉만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예를 들었던 딥러닝 기술 또한 연구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연구 분야가 묻힐 위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연구를 이어 나갔던 여러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초연결’, ‘초변화’, ‘융합’을 견인하는 연구 분야가 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마음속에 다짐하며 연구를 시작해 본다.

천천히, 한 걸음씩, 묵직하고 깊이 있게! 

 

 

 

 

김수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학술연구교수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의료레이저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의공학교실에서 라만분광을 이용한 질병진단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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