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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00년 전 신라 왕족은 돌고래 고기도 먹었다
1천500년 전 신라 왕족은 돌고래 고기도 먹었다
  • 장성환
  • 승인 2020.09.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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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서봉총 재발굴 통해 밝혀내…복어·청어 등 제사 사용
동물 유체가 담긴 그릇이 들어있는 서봉총 남분의 큰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천500년 전 신라 왕족이 돌고래 고기, 남생이, 성게, 복어, 청어 등의 호화로운 음식을 먹고 제사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이는 문헌 기록에 없는 신라 무덤 제사의 일면을 밝힌 데다 당시 신라 왕족의 고급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라 주목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과 1929년에 조사했던 경북 경주 서봉총을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재발굴한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주 서봉총은 사적 제512호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신라 왕족의 무덤 중 하나로 서기 500년 무렵에 만들어졌다. 이는 두 개의 봉분이 맞닿은 형태인 쌍분으로 먼저 만들어진 북분(北墳)에 남분(南墳)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북분은 1926년에, 남분은 1929년에 각각 발굴됐다. 무덤 이름은 당시 스웨덴(한자로 서전·瑞典) 황태자가 조사에 참여한 것과 봉황(鳳凰) 장식 금관이 출토된 것을 고려해 서봉총(瑞鳳塚)으로 붙여졌다.

서봉총은 금관을 비롯해 다수의 황금 장신구와 부장품이 출토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빼어난 무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제는 발굴 보고서를 간행하지 않았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4년 서봉총 출토품 보고서를 간행하고, 서봉총 재발굴 이후 이번에는 그 성과를 담은 유적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재발굴에서는 무덤 둘레돌 주변에 큰 항아리를 놓고 무덤 주인에게 음식을 바친 제사 흔적이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총 27개의 제사용 큰 항아리가 발굴됐는데 북분에 10개, 남분에 13개가 있고 경계가 모호한 것이 4개 있다.

27개의 큰 항아리에서는 종(種)과 부위를 알 수 있는 동물 유체 총 7천700점이 확인됐다. 조개류가 1천883점, 물고기류가 5천700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김대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발굴조사를 통해 당시 무덤 주인을 위해 귀한 음식을 여러 개의 큰 항아리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제사 형태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남분에서 발굴된 큰 항아리들에서는 조개·물고기 이외에 바다 포유류인 돌고래와 파충류인 남생이·성게류가 확인됐고,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김 연구사는 “큰 항아리 속 동물 유체들은 신라 무덤 제사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라며 “특히 남분 큰 항아리의 동물 유체를 봤을 때 당시 신라 왕족들이 복 요리, 성게, 고래 고기 등으로 아주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개는 산란기 때 독소가 있어 식용하지 않는 점, 또 청어와 방어의 회유 시기를 고려할 때 이들은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제사가 무덤 축조 직후에 실시됐던 것을 고려하면 남분은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재발굴은 일제가 밝히지 못한 무덤의 규모와 구조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일제는 북분의 직경을 36.3m로 판단했으나 재발굴 결과 46.7m로 드러났다.

또 돌무지덧널무넘(적석목곽분)의 돌무지는 금관총과 황남대총처럼 나무 기둥으로 가설물을 먼저 세운 뒤 쌓아 올렸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돌무지덧널무덤은 지면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조성한 뒤 돌을 쌓아 올리는 고분 양식이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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