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9 11:01 (목)
얼음 속의 불 … 남극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를 연구하다
얼음 속의 불 … 남극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를 연구하다
  • 김재호 기자
  • 승인 2020.09.10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인터뷰_『남극이 부른다』(동아시아, 372쪽)_저자 박숭현 책임연구원

‘남극’ 하면 차가운 얼음을 떠올리지만,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활화산 산맥이 있다. 남극 주변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들도 있다. 얼음 속의 불이라. 신기하다. 최근작 『남극이 부른다』의 저자 박숭현 책임연구원. 그는 동태평양부터 남극해까지 25년 동안 25번이나 해양탐사를 나갔다. 정말 바다를 사랑한 과학자가 바로 그다. 현재 그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일 박숭현 저자를 인터뷰해보았다. 

 

왼쪽에서 세 번쨰가 박숭현 저자다. / 사진 = 박숭현 제공.
왼쪽에서 세 번쨰가 박숭현 저자다. / 사진 = 박숭현 제공.

 


해양과학적으로 보자면, 중앙 해령은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지표로 전달되는 통로다. 책에서 박 저자는 이에 대해 “지각이 벌어지면서 상승한 맨틀이 용융되어 만들어진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는 곳”(56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분출하는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파고든 해수를 가열시키면서 열수가 만들어진다. 중앙 해령은 지구를 두 바퀴나 휘감는 약 7만 km 길이의 방대한 해저산맥이다. 


해양과학자들은 남극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 분포를 연구한다.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왜 필요할까? 열수 생명체 발견 때문일까? 책에선 신종 생물체인 키와속 게와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진 불가사리가 소개됐다. 박 저자는 “저위도에 위치한 중앙해령들의 열수 분출구의 위치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라며 “열수 분출구는 해수의 조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영향의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전체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 분포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열수 분출구는 심해 열수 생물들의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심해 열수 생물을 채집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열수 분출구의 발견이 선행해야 한다”며 “남극권 중앙해령에서는 이 부분이 아직 공백 상태로 남아 있는 곳들이 많아서 더 많은 탐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극권 열수 발견과 생물 채취는 대한민국이거의 첫 발견을 이뤄내 앞으로 세계 학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열수 분출구 분포 연구로 열수 생명체 발견

 

『남극이 부른다』(동아시아, 372쪽).
『남극이 부른다』(동아시아, 372쪽).

책을 보면, 프리 폴 그랩(Free Fall Grab, FFG)라는 장비가 나온다. 해저면 바닥까지 닿아서 그물 달린 집게로 사물을 집어 올리는 장비이다. 특히 FFG를 이용한 망간단괴 채취에 대한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다. 감자처럼 생긴 망간단괴는 어디다가 쓰는 것일까? 그 안에 있다는 유용 금속이라는 것들은 무엇일까? 박 저자는 “망간단괴는 금속 덩어리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훌륭한 자원이다. 동태평양 망간단괴의 경우 니켈의 함량이 높아 니켈 확보가 주목적이었다”며 “문제는 수심 5,000m 아래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채광에 소요되는 비용이 현재 금속의 시세를 상회한다”고 답했다. 저자에 따르면, 니켈의 국제 시세가 망간단괴 개발 비용을 상회하지 않는 한 개발은 힘들다. 미래의 자원으로 간주하는 게 낫다. 그는 “망간단괴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30년 가까이 수행해서 공해 영역에서 광구를 등록했을 뿐 아니라 환경영향 평가도 수행해서 이젠 거의 마무리된 걸로 안다”면서 “망간단괴 개발은 아직 채산성이 없어서 개발까지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심층 퇴적물에 대한 설명 부분을 보니, 바다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남극이 부른다』에선 퇴적물 분석으로 ▲ 수층 생물상의 변화 ▲ 대기의 흐름의 변화 ▲ 해류 등 수층 특성의 변화 ▲ 화산 활동 영향 등이 기록된다고 했다. 다른 부분들은 잘 이해가 되는데, 대기의 흐름은 어떻게 퇴적물로 알아내는 것일까? 박 저자는 “매일매일 쌓이고 있는 퇴적물에는 대기를 통해 공급된 입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 공급되는 입자의 크기도 커지고 량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바뀌면 공급되는 입자의 특성도 바뀌게 된다”며 “따라서 퇴적층에서 깊이에 따른 바람 기원 입자의 크기, 량, 특성 변화를 조사하면 대기의 흐름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지구 환경의 전체적인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적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기의 흐름

 

『남극이 부른다』에서 박 저자는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를 널리 알린 월리스 브로커 강연과 책에 대한 내용을 서술했다. 이산화탄소 사용량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기상 이변 등을 보면 참 심각하다. 바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될까? 바다에서의 변화를 보려면 장기적인 관측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 다만, 박 저자는 세종기지 앞 빙하의 후퇴를 직접 봤다. 세종기지를 방문했던 연구원들은 빙하가 매해 여름마다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남획이나 해양오염 문제 역시 바다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다. 

 

박 저자의 주 연구 분야는 판구조론 혹은 맨틀의 변화와 이동이다. 이를 아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구라는 행성은 인간이 늘 접하고 사는 기본적인 환경”이라며 “우리는 지구 활동을 늘 접하는 공기, 먼지, 토양, 암석, 물 혹은 자연재해를 통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저자는 “이러한 지구의 활동을 부분적이 아닌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판구조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지구 환경에 대한 총체적이고 과학적인 인식이 없으면 인간은 근거 없는 환상에 빠져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구라는 행성을 아는 건 일상적인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