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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혁명의 시대
비혁명의 시대
  • 김재호 기자
  • 승인 2020.09.0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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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이후 사회운동과 정치철학
김정한 지음 | 빨간소금 |368쪽
책 표지. @ 빨간소금.
책 표지. @ 빨간소금.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인 김정한 저자. 그는 「대중운동의 이데올로기 연구-5·18 광주항쟁과 6·4 천안문운동의 비교」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정한 저자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민간조사관을 엮임 하기도 했다. 분신정국으로도 불리는 1991년 5월 투쟁에서 학생과 노동자 14명이 사망했다. 김정한 저자는 1991년 5월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 1980년대 민중운동으로 꿈꾸던 세상이 더 이상 실현되기 힘들어 사람들이 흩어진 경우라며 ‘비혁명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그 이유는 혁명을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혁명적이지 않은 시대이기도 해서다. 

책은 1부 사회운동의 풍경과 2부 정치철학의 풍경으로 구성됐다. 김정한 저자는 이제 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론과 실천의 차원에서 재구성할 과제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놓여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와 질병과 마찬가지로 사회운동 역시 역사 속에서 순환과 반복이 일어난다. 김정한 저자는 프랑스의 1968년 5월 혁명과 1991년 5월 투쟁을 비교하고, 1987년 6월 항쟁과 1991년 5월 투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역사적으로 조망한다. 전자는 비록 실패였지만 내재적 비판을 통한 사회운동의 전진이라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후자는 제한적인 정치적 민주화로 간주했다. 

2부에선 포스트마르크스주의와 라캉주의, 정신분석에 적합한 정치, 현실 민주주의와 정치적 행위의 딜레마를 살펴본다. 한국에서 포스트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주의의 계승인가, 이탈인가가 아니라 둘이 결합이라는 실험을 했다는 한계가 있다. 논쟁 구도는 왜곡되었다. 눈에 띄는 건, 좌파 포퓰리즘의 가능성을 진단한 부분이다. 김정한 저자는 라클라우의 이론에 근거해 ‘좌파+포퓰리즘’, ‘우파+포퓰리즘’이 모두 가능하며, 포퓰리즘은 해방과 반동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적었다. 

김정한 저자는 에필로그 ‘애도의 정치와 멜랑콜리 주체’에서 운동권 활동가들이 애도의 정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감성적 주체가 되어 가는지 탐구했다. 그는 프로이트를 인용해 애도와 멜랑콜리의 차별성으로 ‘자애심(自愛心)의 추락’을 지적했다. 자책과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는 멜랑콜리는 상실한 대상과 함몰한다. 하지만 애도는 상실한 대상과 분리한다. 그 방법은 ‘감성 혁명’이다. 김정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늘날 우리는 1980년대의 ‘열사 문화’를 넘어서 죽은 자들과 관계를 맺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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