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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큰 목표, 도전,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큰 목표, 도전,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 교수신문
  • 승인 2020.08.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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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권오현 고문의 저서 <초격차>에서 밝힌 그의 삶의 신조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never give up)'와 '큰 목표를 가져라(aim high)'이다. 그중에서도 ‘큰 목표’는 구체적으로 개개인 모두 다르겠지만, 학문을 하는 우리는 모두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2014년 2월 당시, 필자와 동갑인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 판정 논란에 분개하면서 ‘열심히 연구해서 우리 다음 세대는 이런 판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강국으로 만들어야겠다’ 라고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담대한 목표를 갖고 6년 이상의 석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공학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접해보고 싶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것은 새롭고 낯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광자를 연구하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혼자서 이 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막연한 두려운 분위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 잘 된다 싶으면 이미 누군가 발표한 내용이었다. 이런 많은 실패 속에서 불현듯 학부과정이 떠올랐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다른 종목들보다 그나마 공부가 가장 자신 있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부과정 동안은 주어진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누구보다 잘 습득하면 이기는 게임이었으나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연구실에서 시간과 지식을 투입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과정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힘든 마음 움켜잡고 석사과정에 입학하고서 2달 후, 스승의 날에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대학원이 쉽지만 않네요 너무 어려워요.” 막연히 위로만을 해 주실 줄 알았던 선생님,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나랏돈으로 공부하는데 쉬운 거 하면 되니, 우리나라 먹여 살릴 것 찾아야지.”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입학할 때 마음먹었던 그 목표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견디며 3년이 지나고, 목표에 도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도 교수님과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silicon photonics 분야에서 선두그룹 중 하나인 미국 UC Berkeley의 Prof. Ming C. Wu 그룹에서 방문 연수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 중에 만난 대다수 학생은 확실히 자기 동기부여가 되어있었다. 필자 또한 군 복무를 이미 마쳤기에 진로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볼 기회를 얻기 위해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자기동기부여가 충분하다고 자부했으나 여기서 만난 세계 각국의 학생들은 남달랐다. 수많은 학생이 돈과 명예를 떠나 자기의 호기심 충족과 인류의 편안한 삶을 위해 engineering Ph. D. 과정에 참여한 모습이 필자에겐 큰 감동을 주었고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훌륭한 연구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행운이었으며, 이 모든 것이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나랏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연구하는 것은 다 옛말이라고 하나, ‘나랏돈’으로 공부하면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지워버릴 수 없다. 지식인으로서 부여받은 책임감이 우리 학자들에게는 분명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연구실에 편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나라와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에서 제공해준 글로벌 박사 장학금 또한 매우 감사하다. 교과서에 주어진 것, 남들이 한 연구가 아닌 논문 속 연구 내용으로 우리나라 네 글자 ‘대한민국’을 알리고자 처음 다짐했던 석사 입학 전의 큰 목표를 박사과정 후반기에 다시 떠올려 본다.

 

 

 

 

손경호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박사양성과정 사업의 지원을 받아 광 집적회로/광섬유 기반의 광통신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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