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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2020년 2학기의 과제
[대학정론]2020년 2학기의 과제
  • 민경찬
  • 승인 2020.08.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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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논설위원, 연세대 명예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대학정론]최근 8월 중순을 지나며 코로나 19가 수도권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2학기 개강 10여일 앞두고 대학들은 비상이다. 대면⋅비대면 강의를 함께 운영하려고 했던 방침은 재검토에 들어갔고, 일부 대학은 이미 중간고사까지는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들은 지난 1학기의 갑작스런 100% 온라인 교육 전환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던 중이었다.   

사실 대학들은 지난 한 학기 동안 온라인 교육의 인프라,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교육의 질, 평가의 공정성 등에 대한 문제와 함께 실험, 실습, 실기는 물론 캠퍼스 시설 이용 기회도 별로 없는데, 등록금은 적절한 것인가 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당혹스러운 분위기에서 지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은 이제 대학들이 방역대책과 함께 문제는 최소화하고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하나하나 개선해나갈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코로나 확산세로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앞으로 블랜디드(blended) 강의 모델을 새로운 표준으로 삼을 것 같다. 수강인원의 규모, 주당 3시간 과목의 설계, 교육활동의 운영방식 등에 따라 대면, 비대면 수업을 조화롭게 혼합하는 것이다. 

2학기가 곧 시작된다. 대학들은 이제 지금까지의 정규강좌 운영 및 관리 중심의 단계를 넘어, 다른 중요한 과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쏟아야 한다. 앞으로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기에, ‘블랜디드’ 환경에서의 방안들을 적극 찾아야 할 때다. 몇 가지 핵심과제들을 소개한다.

‘교육격차’의 문제다. 초⋅중⋅고교 교육에서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요즈음 큰 문제로 등장한 것이 학생 간 학력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다. 대학교육도 온라인 교육에 따른 ‘교육격차’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온라인 교육에 필요한 장비 및 활용능력이 부족하거나, 자기 관리 및 시간 관리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학습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저소득층 학생, 시각 및 청각 등의 장애학생, 외국인 학생들은 어려움이 심화되기도 한다.  

‘교육의 질과 가치’의 문제다. 지난 1학기 온라인 교육의 만족도는 대학의 준비도, 과목의 특성, 학생의 역량과 태도 등에 따라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지만, 교수와 학생 모두 대개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중요한 문제는 교육의 내용과 질에 대한 불만은 계속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역량 및 대학교육의 수준과 가치의 하락, 더 나아가 학위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대학 생활’의 문제다. 일반대학과 원격교육기관과의 차이는 ‘연구’와 ‘캠퍼스 중심의 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오면, 캠퍼스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비정규 프로그램, 동아리 및 공동체 활동, 기숙사 생활 등을 통해 만나고, 대화하고, 부딪치고 체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이 과정에서 쌓이는 인간관계, 가치관 및 인성, 민주적 시민의식, 그리고 상상력, 창의력 등을 키워나가는 일은 정규 교육과정(18학점) 이상으로 큰 영향을 주어왔다. 지난 학기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실종되었다. 

‘1학년’의 문제다. 올해 신입생은 지난 3월 그토록 갈망했던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캠퍼스를 가보지도, 교수나 동료들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특히 신입생들이 정규 교과목, 비교과 프로그램 등으로 대학에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1학년 교육(First Year Experience)’이 실종된 것이다. 하버드대 교육학자 리처드 라이트 교수는 ‘대학에서의 첫 번째 몇 주에, 대학생활에 결정적인 순간과 이벤트들이 몰린다.’라고 하였다. 사실 학생의 대학 4년의 성패가 ‘1학년 교육’에 달려있다. 

교육의 본질은 ‘한 학생의 변화’다. 현재 대학과 교수들은 온라인 교육에 대한 적응 자체도 버겁지만, 항상 대학교육의 철학과 가치를 점검해야 한다. 대학별로 인재상과 이에 요구되는 역량과 소양 중심의 교육이 새로운 환경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확인해봐야 할 때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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