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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의 예술사
포즈의 예술사
  • 조재근
  • 승인 2020.08.2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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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 이한음 옮김

『털 없는 원숭이』의 세계적인 석학, 데즈먼드 모리스 최신작
“그림을 보면 포즈가 보이고 인간이 보인다”

베스트셀러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 행동학자 그리고 3,000점이 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려 온 화가, 데즈먼드 모리스의 최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평생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활발히 탐구해 온 그의 탁월한 성취들을 완벽히 융합시킨 역작으로,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포즈)에 주목하여 이것의 놀라운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해 나간다. 악수, 포옹에서부터 무릎 꿇기, 엉덩이를 까는 행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몸짓 언어를 수집하여 인사말, 협박, 모욕 등 아홉 가지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하여 포즈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선사 시대 가면과 로마 시대 조각상부터 현대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231점의 미술 작품 속 포즈는 데즈먼드 모리스의 과학적‧예술적 전문성과 독특하게 결합하여 가장 친숙한 그림들까지도 새롭게 조명하는 마술을 가능케 한다.

포즈의 예술사
포즈의 예술사

 

『이기적 유전자』,『사피엔스』에 영향을 준 동물 행동학의 대가,
데즈먼드 모리스가 안내하는 미술 오디세이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최신작
“그림을 보면 포즈가 보이고 인간이 보인다”

“모리스의 글은 재치가 넘친다.
 독자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미술 감상법을 제시하는 이 책에 흥분할 것이다.”
-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 행동과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을 매우 실질적으로 보여 준다.”
- 『초이스Choice』

『맨워칭』(1977)으로 인간의 몸짓 언어라는 주제로 복잡다단한 몸짓 언어의 의미를 흥미롭게 전했던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후 300만 년에 걸친 인간 미술의 진화를 보여 준 『예술적 원숭이』(2013)를 출간한 바 있다. 이 같은 ‘몸짓 언어’와 ‘미술의 진화’라는 두 가지 주제를 결합한 『포즈의 예술사』는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살아 온 데즈먼드 모리스의 이중적인 삶이 독창적으로 통합된 책이다.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포즈들에 주목하여 그것에 내재된 인류 보편의 사회문화사적 의미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은 ‘인간 관찰의 대가’인 데즈먼드가 독자에게 선물하는 새로운 미술 감상법이라 할 만하다.

231점의 작품을 통해 발견하는
몸짓 언어의 기원과 인류 문화사의 결정적 순간들

미술 작품 속 인간의 포즈를 환영, 모욕, 위협, 자기 보호 등 아홉 가지의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한 뒤 그 포즈가 지닌 사회적 기능과 보편적 의미를 분석해 나가는 방식은 과학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하나의 ‘몸짓’이 일으킨 역사적 사건들의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사소한 행위 하나가 빚어낸 결과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서기 1세기에는 예루살렘으로 모여드는 유대인들을 막기 위해 이를 감시하는 로마 병사들이 있었고, 이들 병사 중 한 명이 군중을 향해 엉덩이를 내미는 모욕 행위를 가하자 성난 군중들 때문에 1만 명이 깔려 죽은 참사가 벌어졌다. 1951년에는 아인슈타인이 공식 석상에서 기자를 향해 혀를 쭉 내미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촬영한 기자는 당시로서는 모욕을 당한 셈이었지만 전 세계인의 뇌리에 남은 가장 유명한 사진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명석한 인물이 가장 천진난만한 모욕 행위를 한 의도는 무엇일까? 그 행동의 의미는 처음 의도와 다르게 역사적 시간을 거치며 점차 인류를 향한 깊은 의미를 담은 진술로 변모해 갔고, 이 포즈에서 영감을 받은 많은 거리 예술가가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또 다른 현대 미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인간이 ‘고통’을 받거나 ‘슬픔’을 느끼면 눈물을 흘리는 행위는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반응은 영장류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보이는 특성이다. 화가들은 이 눈물 흘리는 행위가 야기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았는데,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예수」(1483)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나 피카소의 「게르니카」(1937)에 나오는 죽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눈물 흘리기’가 인간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의 사회적 신호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해 준다.

인류 보편적 몸짓 언어에 관한
과학적이고도 독창적인 탐구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몸짓 언어’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인간이 ‘하품하는’ 자세나, 혐오를 느낄 때 ‘얼굴을 찡그리는’ 동작은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몸짓 언어다. 또한 ‘항복’의 신호를 나타내는 ‘손드는 자세’도 상대에게 필사적으로 자비를 청하는 의미로만 쓰였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1814)가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두 손을 들어 올린 남성의 모습을 통해 나폴레옹 군대에 무력한 스페인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잠을 자는 모습도 비슷한 양상으로 표현돼 왔다. 선사 시대 미술에서 약 5천 년 전에 발견된 점토상인 ‘몰타의 잠자는 여신’은 돌베개에 머리를 얹고 오른쪽으로 엎드려 자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와불상’ 역시 잠자는 사람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잠자는 미녀’를 모티프로 한 수많은 작품에서도 잠 자는 미녀들의 모습은 대개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만 빅토리아 시대의 「장미 정자」(1870~1890)처럼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를 주려는 미술적 시도들이 반복되어 왔을 뿐이다.

인간 행동과 예술의 진화에 관한
화려하고 찬란한 시각적 아카이브

70여 년의 세월에 걸쳐 인간의 몸짓과 행동을 동물학자의 관점으로 연구해 온 데즈먼드 모리스는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예술에 대한 탐구 정신을 이 책을 통해 다채롭고 풍부하게 보여 준다. 그 스펙트럼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대에까지, 아시아에서부터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시공간을 아우르고 있으며, 인간의 가장 동물적인 순간부터 가장 초월적인 순간까지 눈부신 시각적 아카이브로 펼쳐진다. 어느 한 시대의 작품 속 인물의 포즈와 조우하게 되면, 동물적 존재이자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아울러 눈부신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 행동의 숨겨진 의미를 재발견하는 지적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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