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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풍경 : 곽순화의 ‘순환-변화와 불변’ 展
전시회 풍경 : 곽순화의 ‘순환-변화와 불변’ 展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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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음’과 ‘채워짐’ 사이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하면서 변화하는 우주의 모습과, 그 가운데 변하지 않는 인간가치의 영원성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빛’을 다루는 작가로 알려진 곽순화 경기대 교수(응용미술)가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어둠과 순간적인 물질세계를 넘어 보다 높고 밝은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매개체로서 ‘빛’을 끊임없는 화두로 삼아온 작가가 이번에는 더욱 다채로운 색감의 빛을 가지고 돌아왔다.

전시장은 공간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우주와 문명, 그리고 인간존재의 순환을 신비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왼쪽에 놓인 원통과 사각형 구조물은 우주를 표현한 것. 나무빛깔들의 변화는 사계절의 변화를, 반구에 투각된 별자리들의 이동은 우주의 순환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우주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곧 전시장 한가운데의 반구로 이어진다. 동양의 정신적인 지주와 서양의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두 개의 반구다. 동양반구에는 부처와 사원이, 서양 것에는 그리스로마의 조각들이 투각돼 있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병치된 형태를 보인다. 표상된 조각들의 이미지는 동서양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영원히 화합될 수 없다는 걸 말하는 걸까. “지금은 동양과 서양의 충돌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라는 게 곽 교수의 답이다.

오른쪽 공간으로 이동하면, 인간군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들 인간을 떠받치고 있는 건 나뭇가지처럼 연약해 보이는 몇 가닥의 철 구조물이다. 무너질 것 같은 지지대 위에 있는 인간들에게서 불안과 소외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텅 비어 있는 두상들은 ‘채워짐’을 갈망하는 듯하다. 그런데 작가는 곧 빈 두상들을 풀로, 꽃으로, 빛으로 채워 넣는다. 이들은 이내 곧 ‘빛을 품고 있는 사람들’, ‘꿈을 갖고 있는 사람’, ‘꽃을 담고 있는 사람’들로 변화된다. “우선 비워짐이 있어야만 인간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날 수 있다”는 철학이 느껴진다.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갈등과 충돌의 연속인 우리 현실을 비추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순환적 현상 속에서 자연과 생명체의 본질을 탐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8년 전쯤 열렸던 첫 개인전에서 두 인간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던 게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우주적인 공간과 다양한 인간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확대돼 왔다. 그리고 우주만물과 인간존재의 순환과 어우러짐 속에서 동양적 사유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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