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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교수 성범죄, 권위 의식 타파 먼저
반복되는 교수 성범죄, 권위 의식 타파 먼저
  • 장성환
  • 승인 2020.08.19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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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 교수 절반은 정직 등 경징계
처벌 강화하고 조직 문화부터 바꿔나가야
교원징계위 학생 참여·인권센터 설치 필수
서울대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교수들의 권력형 성폭력·갑질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교수들의 성범죄 문제가 매년 반복되면서 교수 개인에 대한 처벌을 넘어 대학 조직 문화 전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수들이 권위 의식을 내려놓는 것과 더불어 대학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 2018년부터 전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 열풍이 불면서 대학가에도 수많은 미투가 이어졌지만 최근까지 서울대와 동덕여대 등 여러 학교에서 교수들의 성범죄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범죄를 일으킨 교수에 대한 학교의 가벼운 처벌을 꼽을 수 있다. 학교는 성범죄 가해 교수에게 파면이나 해임과 같은 중징계 대신 정직 3개월 이하의 경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립학교법은 교원 징계를 파면, 해임, 정직 차례로 규정하는데 정직은 3개월 이하로 하도록 돼 있다. 국공립대도 교수들의 성범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주로 정직 처분을 내린다.

실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대학에서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 199명 중 절반 정도인 96명(48.2%)이 정직이나 감봉,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가해 교수가 이렇게 가벼운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육기관에는 성폭력 범죄 등 관련 문제가 제기되면 즉시 조사하고, 그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열리도록 돼 있다”며 “지금까지 이러한 절차가 잘 작동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와 같은 내부 감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고, 근로자 복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원 징계 절차는 각각 교육공무원 징계령과 사립학교법에 따른다. 이러한 법들을 보면 교원징계위원회에 해당 학교 교원이나 이사, 외부 인사는 포함되지만 학생 대표자는 없다. 대학에서 학생이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원징계위원회에도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학마다 성범죄 사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학교도 많다. 게다가 인권센터가 있어도 전담 담당관이 적고 대부분 계약직이라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수에 의한 성폭력 등 대학 안에서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대학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위원과 학생이 추천하는 외부위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현행법상 최대 3개월 이하인 정직 기간을 12개월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의원은 지난달 9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 ‘사립학교법 일부개정 법률안’,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교수가 자신이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임을 인식하고 제자를 배려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수의 성범죄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교수 한 사람을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문화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대학 내에서 교수 한 사람의 권위와 위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성범죄 등 관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며 “교수 한 사람의 파면이나 해임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조직 문화 개선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가 제자를 단순히 학생으로 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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