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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 오리엔탈리즘 관련 연구의 현황과 전망
흐름 : 오리엔탈리즘 관련 연구의 현황과 전망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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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의 깃발아래 모이다…학문 전반으로 확산

왜 오리엔탈리즘인가

국내 오리엔탈리즘 연구가 넓어지고 있다. 주로 문학과 사학에 둥지를 틀었던 초기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학문 분과에서 연구가 진행된다. 문화인류학, 여성학, 사회학, 철학 등 지성사 전반에서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체계화돼 있고, 이런 체계화가 역시 동서양을 상호인식적 지식의 체계로 어떻게 끈끈하게 묶고 있는지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그렇다면 왜 오리엔탈리즘인가.

한편에서는 탈식민적 학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 학문에 덧씌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가면을 벗겨내려는 시도가 줄을 잇는다. 예전에는 표상들의 오염정도를 지적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학문 전체를 겨냥,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서양학자들이 진행하는 오리엔탈리즘 재인식, 중국과 인도의 연구결과물이 번역되기도 한다. 또 서양에 대한 동양의 인식(옥시덴탈리즘), 동양의 상호간의 인식도 ‘오리엔탈리즘 공식’을 적용시켜서 살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리엔탈리즘 연구 흐름과  주체들

국내 오리엔탈리즘 연구는 1990년대 초반에 돛을 올린다. 초반에는 사이드의 주요 논지를 참조해서 특정 영화와 문학 작품에 나타난 오리엔탈리즘을 잡아내는 것들이었다. 이런 것이 1990년대 후반부로 올수록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한 새로운 냉전질서의 구상’(강정인), ‘오리엔탈리즘의 해체를 위한 인식 전환으로서의 동도동기론’(우실하), ‘인도 카스트체계의 성격과 오리엔탈리즘의 영향’(김경학), ‘북한에 대한 오리엔탈리즘과 ‘햇볕’정책’(김명섭), ‘한국적인 것의 ‘아픔’: 오리엔탈리즘과 동학’(김상일), ‘북한 연구의 ‘국제정치’:오리엔탈리즘 비판’(구갑우) 등으로 관심과 주제가 넓어지고 있다. 韓末 서양인 기록에 나타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탐구가 신복룡 건국대 교수, 박지향 서울대 교수 등에 의해 지속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유교자본주의 논쟁이 한창일 때 ‘아시아적 가치’가 IMF 이후 ‘아시아를 몰락시킨 원인’으로 전락한 것과 관련해 유교적 가치에 대한 서양의 인식을 문제삼은 일련의 글들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이 활발히 논의된 바 있다. ‘오리엔탈리즘’(사이드), ‘문명충돌론’(엘빈 토플러),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임지현), ‘옥시덴탈리즘’(샤오메이 천) 등에 대한 서평을 통해서도 오리엔탈리즘이 음미돼왔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담론 연구자로는 이승환 고려대 교수가 유명한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정재서, 전형준, 차태근 등 중문학자들의 작업도 하나의 그룹을 형성한다. 중국만큼 서양인들에 의해서 풍부하게 상상된 나라도 없기 때문에, 중국학계의 활발한 오리엔탈리즘, 옥시덴탈리즘 연구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문학, 특히 소설론의 차원에서 서구의 동양지배론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동아시아 내부 중화주의의 문제를 신화비평을 통해 살펴본 정재서 교수의 ‘동양적인 것의 슬픔’(살림 刊)은 대표적 실적이다.

임성모 연세대 교수도 일본과 중국을 넘나들며 ‘제국주의적 통치의 인식론적 기교’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련 연구(‘오리엔탈리즘의 튼튼한 자성을 위하여’ 등)를 발표하고 있다. 사이드를 국내에 소개한 박홍규 영남대 교수도 오리엔탈리즘과 관련된 문필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최근에 인도사를 전공한 이옥순 연세대 강사가 한국 문예물에 나타난 인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지적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푸른역사 刊)을 펴내기도 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우실하의 ‘오리엔탈리즘의 해체와 우리 문화 바로 읽기’가 영상문화 분석을 통해 오리엔탈리즘의 국내 고착화 현상을 비판한 책으로 널리 읽힌 바 있다.

영문학자 정진농 부산대 교수의 ‘오리엔탈리즘의 역사’(살림 刊)는 소책자로서 오리엔탈리즘의 역사를 ‘세속적-구도적’이라는 진영으로 나눠서 오리엔탈리즘의 출발점과 과정, 현재와 미래에 대한 묘사를 정리하고 있다. 국제관계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구갑우, 김명섭, 이홍종 교수 등도 최근 관련 연구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 번역소개되고 있는 해외의 연구들

오리엔탈리즘 연구의 鼻祖인 사이드의 책은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3권이 번역돼 있다. 세번째 책은 사이드에 가해진 그 동안의 비판에 대한 답변이다. 사이드에 대해 비판적인 대표적인 책으로는 ‘옥시덴탈리즘’(강 刊)과 ‘동양은 서양을 어떻게 계몽했는가’(J.J. 클라크 지음, 우물이 있는 집 刊)를 들 수 있다. 전자는 사이드가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단순화하고 있다면서, 중국 내에서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변형돼 국민을 억압하고, 서양에 대한 중국의 표상이 또 어떻게 官의 전체주의적 억압에 대항하는 이론으로 기능하는지를 밀도깊게 분석하고 있다.

‘동양은…’에서 클라크는 서양이 자기비판과 자기혁신을 위해 동양을 꾸준히 참조했고 그 결과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주장한다. 독일의 라이프니츠와 크리스티안 볼프가 유교의 자연철학과 실천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理神論과 합리주의 사상을 전개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을 선보여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여름에 출간된 ‘학문의 제국주의’(폴 코헨 지음, 산해 刊)는 중국 근현대사에 관한 미국 역사학계의 시각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제국주의가 학문의 세계에선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있다. 코헨은 미국 역사학계의 중국학 연구방법을 ‘충격-반응 접근법’, ‘전통-근대성 접근법’, ‘제국주의 접근법’으로 구분하면서, 이들 접근이 결과적으로 중국 근현대사 인식에 서양중심적 왜곡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 © yes24
재일 한국인 학자들의 저술로는 강상중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이산 刊), 이성시의 ‘만들어진 고대’(삼인 刊)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강상중은 일본에 덧씌운 서구 오리엔탈리즘 뿐 아니라, 일본판 오리엔탈리즘이 일본 내부의 소수자에게 가하는 이중적 양상을 들여다봤고, 이성시는 근대 민족국가의 시스템과 이념을 고대에 그대로 적용해서 이해하는 방식이 고대에 대한 오해를 낳는데, 일본이 어떻게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수용해가며 이런 작업들을 해나가는지 분석하고 있다.

 

한국 오리엔탈리즘 연구의 전망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관련 연구는 세 가지 유형이다.먼저 서양의 동양인식에 대한 비판적 연구다. 이런 연구들은 제국주의 및 탈식민 연구의 하부 분과로서 그 범위를 광역화하고 있다. 여기엔 동양의 자기인식 가운데 오리엔탈리즘에 물든 것을 비판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둘째로는 중국과 일본의 동양 표상에 대한 연구다.

중화주의나 일 제국주의가 주변국들을 복속시키기 위해 무수한 공수표를 날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아시아공동체 내부에서의 질서와 패권에 대한 한중일 삼국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내부 오리엔탈리즘은 왕성히 생성되면서 허물어지는 역동적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他國인식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출발점에 서있다. 아직까지는 서구나 중국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수준이거나, 총론 없는 분석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탈식민을 외치는 오리엔탈리즘 연구조차 어느 정도는 서양에 대한 ‘뒷북’의 혐의가 있는지라 안타깝다. 최종적으로 오리엔탈리즘 관련 연구의 정체성은 지식과 앎의 본질을 규명하는 일로 이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은 학문하는 주체가 타자에 가하는 ‘폭력성’ 규명에 중점이 놓여있지만, 이는 점차로 지식 발생의 다양한 심리학적 배경들에 대한 면밀한 탐색으로 옮겨져야 마땅할 것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知性史 속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을 살핀다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연구로 한창 오리엔탈리즘 연구가 진행중이다. 1차년도에는 17명의 연구자가 참가해 ‘세계 각 지역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켰고, 2차 년도에서는 ‘오리엔탈리즘에 영향받은 한국의 학문’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총 9명의 연구자가 연구중이다. 1차년도에 진행된 논문의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 ‘오리엔탈리즘과 인종주의-고비노와 토크빌 비교’(김응종), ‘이슬람권 식민지 경영과 오리엔탈리즘의 지식전략’(송도영), ‘19세기프랑스문학, 회화에서의 오리엔탈리즘’(김미현), ▲영국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영석), ‘스펜서 사회진화론의 오리엔탈리즘’(박창호), ‘영 제국의 기독교 선교에 나타난 앵글로 색슨 선민의식과 오리엔탈리즘’(김성건), ▲독일 ‘독일 역사철학의 오리엔탈리즘-칸트, 헤르더, 헤겔을 중심으로’(김기봉), ‘독일 사회과학의 오리엔탈리즘-베버를 중심으로’(차성환), ‘마르크스주의와 오리엔탈리즘’(정선기) ▲미국 ‘미국 주류 사회학의 근대화론과 오리엔탈리즘’(박희), ‘미국 선교사들의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적 확장’, ‘미국대중문화의 표상체계로서의 오리엔탈리즘’(금인숙) 등이다. 박희 서원대 교수는 1차년도 연구가 “지역별 오리엔탈리즘을 문학, 문화 영역에서 뿐 아니라, 지성사의 차원에서 꼼꼼히 검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밝힌다.

2차년도에는 오리엔탈리즘과 한국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다. 송도영 교수가 ‘한국의 이슬람 연구’에 대해 연구하는데 기독교에 의한 이슬람 혹평이 우리나라에 도입돼 있는 현황을 추적할 예정이다. 그리고 박용희 박사가 ‘랑케 류의 오리엔탈리즘의 한국적 전유’를 다룰 예정이고, 우실하 박사는 ‘탈현대 문화연구에 투영된 계몽주의’를 추적하며, 박희 서원대 교수는 ‘한국사회발전론에서의 유럽중심주의와 미국예외논의의 잔상’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대중문화를 우리가 중국에 전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탈식민주의 학문에 관심이 있는 위의 학자들에 의해서 어떤 튼실한 연구결과물들이 나올 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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