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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교육격차가 우려된다
[원로칼럼] 교육격차가 우려된다
  • 차갑부
  • 승인 2020.07.3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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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한 학기가 거의 마무리되어간다. 대학은 이미 학기를 마친 상태고, 초, 중․고등학교는 방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갑작스러운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급조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한 것에 대해, 정부의 고위 인사는 “경험에 따라서는 미래교육이 몇 년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였다. 혹자는 미래에는 원격교육이 대세라는 말도 한다. 과연 그럴까? 모든 일에는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것이라는 가정 하에 기반 한 정책은 실패로 끝날 것이 뻔하다.

준비 없이 실시된 이번 학기를 되돌아보면,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평소 같으면 등교해야 할 시간인데 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교육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한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교육격차의 문제도 따져 볼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 정보화 진흥원이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현재 가구별 인터넷 보급률은 81.6%이고, 가구별 컴퓨터 보유율은 71.7%라고 한다. 정보화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가 없는 가정이 많고, 컴퓨터는 보유하고 있으나 인터넷이 안 되는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학기에 진행된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다. 교육 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되는 온라인 수업은 교육의 기회 불평등으로 인하여 교육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교 학생 10명 중 8명이 온라인 수업이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으나, 고학년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에 있어서는 부족한 만큼 교육격차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관리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현격히 떨어진다. 온라인에 연결해 놓고 게임을 하거나 딴전을 피우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강의를 듣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이것은 학교의 역할을 경시하는 생각으로, 학교 무용론으로 이어진다. 강의만 듣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한다면 개별 학교가 필요하지 않다. 온라인 전담 기구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전문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교육에는 강의를 통한 지식의 습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동료들과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많다. 넓은 대학 캠퍼스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학생의 마음이 넓어져 결과적으로 ‘큰 그릇’이 되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수업은 교사의 생활지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직 교사들도 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교사의 생활지도를 부모에게 위임하는 현실에서 맞벌이 부모를 둔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누가 맡아야 하는가? 공자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했다.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역할 중에는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란 것이 있다. 교실 밖에서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배우는 것이 많은 것이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온라인 수업이 “미래교육을 몇 년 앞당긴다"라는 주장은 성급하다. 낙관론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채 실시되는 온라인 수업은 문제투성이다.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세계미래학회는 “앞으로 공립학교가 없어지고 교육의 공장 모델이 교체되면서 2030년에는 교사마저 사라질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고, 대학도 상징적인 곳만 남고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기관은 지금 존폐의 시험대에 서 있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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