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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7.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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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연구자의 연구는 연구계획서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 학문후속세대의 고민을 느껴보고 싶은가. 한국연구재단 사업 신청 시 제출하는 연구계획서들을 살펴보면 펄떡이는 학자들의 고뇌를 마주할 수 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2016년, GPF에 지원하면서 써 내려간 연구계획서에는 숱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다.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연구자라면 평생을 두고 해야만 하는 일.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필자에게 있어 진지한 고민의 시작은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할 때였다.  

필자는 학부에서 인도철학과 북한학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 후 정부기관과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면서 남북통합 정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다. 대학원에 진학해 북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영국에서 진학 준비를 하며 북한과 관련한 직장 생활을 병행하던 때, 남북한 사회통합의 문제가 단순한 제도적·법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깨닫고 말았다. 박사과정에 진학해 연구하고픈 주제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던 시절, 인도의 간디가 해설한 『바가바드기타(이하 기타)』를 읽게 되었다. 간디가 감옥에 갇힌 동안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항상 곁에 두고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하는 책. 『기타』는 간결하지만 삶의 진리가 녹아있는, 힌두의 신약성서라고도 불리는 인도의 성전이다. 간디는 이 『기타』를 해설하며 윤리학적 맥락에서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와 독립 후 분열된 인도의 사회 문제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마치 어둠 속 촛불이 켜지는 듯 연구 주제의 실마리가 잡혔다.

필자 또한 『기타』를 단순한 문학작품으로만 보지 않았다. 이를 윤리학적 맥락에서 사회 갈등 및 통합 문제에 접목시키려 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모교가 인도 고전의 사회·문화·역사 등에 관한 적절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른 선택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길잡이가 되어주신 연구지도교수는 산스크리트어와 인도철학 전반에 탁월한 식견을 갖추고 계신 분이다. 인도의 정통 육파 철학은 물론 상키아 요가 철학 문헌에 조예가 깊은 연구자로,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우수학자로 선정될 만큼 명실공히 오늘날 한국 인도철학계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연구지도교수의 지도 덕택에 하고자 하는 연구가 GPF 사업에 선정되었다. 덕분에 5년간 『기타』의 요가 명상과 평화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요즘 필자에게 관심 연구주제는 ‘아유르베다’다. 아유르베다는 우주와 인간을 상호 연관 지어 고찰하는 인도의 전통의학으로, 고대 인도에서 철학과 종교가 분리될 수 없듯이,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특징으로 하는 전인의학(全人醫學)으로, 육체와 마음의 상관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동일한 증상이라도 환자의 개인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체질의학으로서 ‘균형’을 중요시한다. 즉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기운의 상호 균형이 깨졌거나 또는 개인과 자연환경의 균형이 깨졌을 때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유르베다가 표방하는 철학은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며,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건강을 조절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 과학’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삶,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았다. 삶과 학문은 연결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인도 철학의 우주론과 인간 이해에 토대를 둔 아유르베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초월과 명상, 신비주의와 요가로 대변되는 인도의 사상과 문화는 참된 자아를 발견하고 차원 높은 영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고민이다. 연구자로서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다음의 연구는 인간을 소우주로 바라보는 인도사상의 입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의 사유방식과 문화를 짚어보며, 더 이상 물질만능의 왜곡된 가치관의 지배가 아닌 새로운 기준, 뉴노멀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곧 균형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일상을 알아차리고 살필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김유리

2016년부터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박사양성과정 사업 지원을 받아 고대 인도의 요가와 아유르베다 경전 해석을 통한 평화 사상을 연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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