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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민원에도 "자체조사하라" 대학에 맡겨
의혹 민원에도 "자체조사하라" 대학에 맡겨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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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김포대 입시 채점부정, 교육부 책임회피 의혹
김포대학이 2001년 입시 채점과정에서 교수담합에 의한 채점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해, 특정전공 지원자들이 무더기 탈락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두 차례나 제기된 민원을 별다른 이유없이 대학측에 넘겨, 입시감독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 2월 19일, 김포대학 교수협의회(회장 이영백 유아교육과 교수, 이하 교협)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1년 생활음악과 입학합격자 실기점수 순위를 보면, 1등부터 12등까지가 모두 화성학 시험을 치른 실용작곡과 순수작곡 지원자로만 채워졌다”라며 “화성학 채점 교수들이 담합을 통해 실기점수를 올려줘, 피아노, 현악, 관악, 컴퓨터음악 지원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라고 밝혔다. 김포대학 2001년도 생활음악과 일반전형 주간의 경우, 18명 모집에 3백55명이 지원 19.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교협측은 피아노, 관현악 등 타전공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채점돼 4배수로 환산됐지만, 작곡 전공의 화성학 시험은 400점 만점으로 채점돼 타전공보다 무려 4배 낮은 감점기준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화성학 필기 채점표를 입수, 확인한 결과 4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채점됐을 뿐만 아니라 채점위원1과 채점위원2의 점수가 거의 대부분 동점으로 처리되거나 1점 차이만 나 채점위원의 담합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예체능계 실기시험의 경우, 칸막이를 치고 학생 순서를 무작위로 뽑아 학생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데 반해 화성학 이론 필기시험 채점과정에서는 학생의 이름을 가리지 않고 채점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학생들의 답안지를 입수, 타대학 작곡전공 전임교수 5명에게 재채점을 의뢰한 결과, 400점 만점에 397점을 받아 합격한 학생의 답안지가 “도저히 합격시킬 수 없는 낙제 점수로 판정됨”이라는 감정을 받기도 했다.

또한 김포대학 생활음악과 화성학 채점 당시에는 학과 기준으로 제시된 100점 만점 기준은 물론, 감점기준도 명시하지 않은 채 채점교수 임의대로 채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포대학은 이같은 사실을 입시사정회 2시간 전에 보고받고도 “타전공 교수의 문제제기는 전문성이 결여되므로, 재채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합격자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협측은 “화성학 채점 교수가 1차 채점표를 임의로 수정하다 같은 과 학과장에게 발각돼 합격자 발표를 미루고 재채점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포대학측은 채점부정의 의혹을 제기하며 재채점을 요구했던 당시 학과장에게 “학과 내 여교수끼리 의사소통이 안 돼 채점기준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라며 채점과실의 책임을 물어 2001년 6월, 직권을 박탈하고 유아교육과로 소속을 변경했다. 화성학 채점위원이었던 박 아무개 교수는 지난해 말, 생활음악과 학과장직과 음악감독 보직임명을 받았으나 채점부정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16일 돌연 미국으로 연수를 간 것으로 알려져, 현재 김포대학 생활음악과에는 학생 2백40여명 정원에 전임교수가 1명도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포대학측은 “100점 기준으로 채점했다 하더라도 곱하기 4를 하면 마찬가지이고 재채점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어 재채점을 하지 않았다”라며 “당시 문제를 제기한 생활음악과 학과장과 화성학 채점교수간의 의사소통의 문제 등 업무미숙과 과실일 뿐 입시부정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김포대학 생활음악과 채점부정과 관련한 민원을 두 번이나 접수했으나 별다른 조사없이 김포대학 자체 조사로 넘겨, 행정편의주의적 입시관리로 해묵은 채점부정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1년 6월과 지난해 12월, 교협측은 두 차례나 생활음악과 화성학 필기시험에서 채점부정이 있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교육부는 채점부정이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격이라며 학교측에 해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시켰다.

교협 관계자는 “당시 교육부가 입시부정을 학교측의 자체조사 사안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했거나 학교를 비호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전문대학지원과 관계자는 “예체능 실기시험의 경우, 채점교수의 주관적 요소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교육부가 개입하지 않고 학교측이 자체 조사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포대학 교협과 교수노조 경인지부,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등은 이와 관련해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요청해 김포대학 생활음악과 채점 교수담합에 의한 입시부정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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