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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안전지대를 벗어나라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안전지대를 벗어나라
  • 교수신문
  • 승인 2020.07.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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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연구는 보통 그룹 단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인문학 분야에서는 대학원생조차 어느 시점부터는 혼자서 연구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 점은 큰 매력으로 보일 수 있다. 단적으로 1인 연구에 있어 결정권은 그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도 교수의 지도나 주변의 조언을 참고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성공적인 연구에 있어 필수적인 사항이지만, 무슨 연구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가 결정하게 된다. 심지어 연구를 어떤 속도로 진행할 것인지조차 연구자의 몫이기에 보다 유연하고 자신의 일정에 맞게 연구할 수 있다는 것도 1인 연구의 큰 특색 중 하나이다.

혼자 하는 연구는 이와 같은 매력들을 지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유연한 일정을 갖고 본인의 학문적 관심사에 집중하는 데는 1인 연구만 한 것이 없지만, 연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더 심한 압박을 받게 되는 것도 1인 연구이다. 이는 연구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보통 연구 경험이 얼마 없는 대학원생에게는 큰 난관으로 찾아온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주도적으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힘들며, 혼자 하는 연구다 보니 누군가로부터 연구하는 법을 직접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1인 연구가 지니는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필자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혼자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상정해둔 안전지대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가 본인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무엇을 연구하고, 어떻게 연구하고, 어느 속도로 연구하는지는 연구자 자신에게 가장 용이한 방향으로 설정된다. 물론, 자신에게 적합한 연구 환경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연구 능률 향상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연구 환경은 때로는 연구자 자신이 넘어야 할 벽이 되기도 한다.

연구를 하다 보니 자신이 그어놓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연구자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실패라고 부르는 이 시행착오는 사실 연구를 발전시키는데 큰 밑거름이 된다. 연구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지도 교수나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시행착오가 없이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방향성은 배울 수 없다. 실제로, 본인 말고는 그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를 명확히 진단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 말은 결국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여러 번 해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숙련된 연구자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학회에서 여러 번 발표도 해보고 글을 써서 주변에 돌려보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 연구자일수록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결국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안전지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들은 대개 이러한 실책들을 남들보다 잘 견디어 낸다. 왜냐하면 연구자 본인도 자신의 실책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1인 연구의 위험성은 지나친 안정성에 있다. 안전한 틀을 깨고 나왔을 때 우리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룹 연구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노련한 연구책임자로 인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러나 홀로 하는 연구는 이러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인 연구자들은 익숙한 것들로부터 의식적으로 벗어나 보려는 자세, 그리고 지나친 안전성을 경계하려는 태도가 부단히 필요하다.

 

 

박성수 성균관대 박사 과정
성균관대와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에서 언어 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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