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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 깊은 산속 옹달샘이 주는 의미
[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 깊은 산속 옹달샘이 주는 의미
  • 김형준
  • 승인 2020.07.13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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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톡 :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자신의 역할 바뀌어도
바뀐 역할에 최선 다할 때 단원들의 단합된 힘 커져
코로나 사태에도 개인 각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

한국 사람으로서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로 시작하는 동요 ‘옹달샘’을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이 곡이 정작 독일 민요에 윤석중 선생님이 현재의 가사를 붙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곡은 남서독 하일브론 일대 네카강 유역 슈바번 지방의 구전 멜로디에 고트프리드 와이글이 가사를 붙인 것으로 프리드리히 질혀가 정리하여 1842년 편찬한 것이다.

원제는 ‘아랫녘 그 곳’이며 내용은 “아랫녘 사람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씨가 따뜻하고 서로 사랑하고 자유롭고 즐겁게 살지만 부자인 윗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의 뜻을 담고 있다.

프리드리히 질혀는 우리가 잘 아는 로렐라이를 1837년에 작곡하였고, 독일 민요 ‘노래는 즐겁다’를 정리하였다. 로렐라이는 하이네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라인강 중류, 고아스하우전 높은 언덕바위가 무대이다. ‘노래는 즐겁다’의 원제는 ‘작별‘이며 마을로 내려가야 하는 아쉬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옹달샘 노래의 계명은 “미솔도미솔 파라라 솔시레파미레 도”, “미솔도미솔 파라라 솔시레파미레 도”, “도미솔 파미레 솔시레파 미레도”, “미솔도미솔 파라라 솔시레파미레 도”이며 종종 계명창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곡을 유심히 살펴보면 첫째 단, 셋째 단, 넷째 단 멜로디가 똑같아서 같은 멜로디를 세 번 부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마다 확실하게 각인하게 된다. 

음악은 소리예술이므로 소리를 한번 듣고 지나가면 다시 붙잡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음악을 듣고 뚜렷하게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반복이 필연적이며 따라서 작곡 시에 적절하게 반복 기법을 사용한다. 기업 경영, 어학공부, 안전 관리, 각종 훈련 코스에서 반복 훈련, 반복 습득이 필수적인 것도 같은 원리이다.  

서양음악, 특히 조성음악 (Tonal Music)은 소나타, 협주곡, 푸가, 춤곡, 론도 등의 다양한 작곡 형식이 있으며 작곡가는 큰 형식의 틀 속에서 작곡을 하는데 옹달샘은 바 폼(Bar Form)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바 폼은 네 단으로 구성되며 첫째 단은 제시(Statement), 둘째 단은 반복(Repetition). 셋째 단은 이탈(Digression), 마지막 단은 복귀(Return)라 칭한다. 이러한 형식을 갖추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독일을 중심으로 많은 곡들이 이러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현악기 연주자들이 연주한 ‘내 주를 가까이’란 곡도 이와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옹달샘 노래는 으뜸화음 (Tonic), 버금딸림화음 (Sub-dominant). 딸림화음 (Dominant) 순으로 화성이 진행되고 있어 조성 측면에서 완벽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학창시절에 “I도 (도, 미, 솔), IV도 (파, 라, 도), V도 (솔, 시, 레)로 곡이 진행되고, 장조는 ‘도, 미, 솔’로 시작해서 ’도‘로 마친다.”라고 배운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계명으로 ’도‘가 으뜸음(Tonic)이 되며 으뜸음은 그 곡의 주인공인 셈이다. 

작곡가는 작곡할 때 무슨 조로 작곡할지를 고심하여 결정한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음역 대를 고려해야 하고 가사의 분위기에 맞아야 한다. 조에 따라 노래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 또한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조를 다르게 하여 (移調-조를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 노래방 기계의 음정이 너무 높아 따라 부를 수 없을 때 “키를 낮추어 달라“고 하는데 이는 ‘조를 바꾸어 달라’는 것과 같다. 

예컨대 옹달샘이 다장조(C장조)일 경우에 으뜸음이 ‘다(C)’이며 계명으로 ‘도’이다. 만일 바장조(F장조)로 이조하면 으뜸음은 바(F)가 되고 계명으로는 여전히 ‘도‘이다. 각 음은 고유한 음명 (Tone name-다라마바사가나다, CDEFGABC)을 가지고 있지만 계명창은 계명(Syllable name-도레미파솔라시도)을 사용한다 (참고: 계명창은 조에 따라 ’도‘자리가 이동하므로 이동도법이라고도 함). 

옹달샘 노래가 다장조에서는 ‘다’가 으뜸음으로서 주인공이다. 그런데 바장조로 이조(移調) 되면 ‘바’가 으뜸음이 되고 ‘다’가 딸림음으로 바뀌게 된다. 각 음정이 조직의 구성원이라 가정할 때 다장조에서는 ‘다’가 팀장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바장조가 되면 ‘바’가 팀장 (주인공)이므로 ‘다’는 ‘바’의 리더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역할이 바뀌게 된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에서도 악장이나 악기별 수석, 파트장들이 바뀌기도 한다. 이럴 때에 바뀐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단원들의 단합된 힘이 커지고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는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이나 일반 사회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이 자기가 맡은 역할에 변화가 올 때에 바뀐 역할에 더욱 충실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조직은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조직의 발전에 있어 긍정적인 조직 문화가 크게 작용한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 각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이 모여 사회 불안의 해소 및 전화위복의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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