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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0] 지구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고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0] 지구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고래
  • 교수신문
  • 승인 2020.07.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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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

다음은 6월 3일자 江原日報 6면에, 거꾸로 매달린 큰 고래 사진과 함께, 난 기사 전문이다. “지난 1일 오후 7시 35분께 속초시 대포항에, 동방 16해리에서 조업 중이던 자망어선이 길이 13m, 무게 30~35톤으로 추정되는 숨진 상태의 향유고래를 예인했다.  보호종인 향유고래는 위판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속초해양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관계자들이 연구․교육․전시용 기관을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아 지자체에 인계해 폐기처분하도록 했다. 강릉시는 3일 임곡 폐기물 종합 처리장에서 향유고래를 폐기할 예정이다. 향유고래는 소설‘모비딕’에 나오는 고래로 적도 부근에서 주로 서식하나 최근 우리나라에도 2~3년에 한 번꼴로 목격되고 있다.”

여기서 모비딕(Moby-Dick)은 미국 작가 멜빌의 해양 장편소설로, 소설 속의 흰고래 이름이기도 하고, 백경(白鯨)이라고도 불린다. 백경 소설은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에식스(Essex) 호’가 향유고래에 떠받혀 침몰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향유고래(Physeter macrocephalus)는 향유고래 과인 포유류이다. 몸길이는 수컷 15∼18m, 암컷 11∼13m이고, 몸무게는 수컷 57t, 암컷 43.5t이며, 대형의 이빨 고래(toothed whale) 무리로 총중에서 가장 크다. 그리고 이렇게 몸 크기가 암수에 따라 다른 性的異型(sexual dimorphism)을 보인다.

4년마다 한배에 1마리를 낳고, 임신기간은 15~16개월이며, 수명은 70년이다. 육지의 포유류들처럼 어미는 새끼들과 살지만 늙은 수놈들은 무리에서 밀려나 변방에서 홀로 산다. 아뿔싸, 실은 사람도 결코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린 향유고래(sperm whale)의 체색은 회색이나 나이가 들면서 백화(白化)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숨구멍인 분수 구멍(blowhole)이 머리의 왼편으로 치우쳤고, 머리를 수면 바로 아래에 두고 똑바로 서서 잠을 잔다.

다 자란 향유고래의 이빨은 아래턱에만 존재한다. 아래턱은 통나무처럼 가늘고 길며, 원뿔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20∼28개가 나지만 위턱의 이빨은 퇴화되어 눈에 띄지 않는다. 또 다른 특징은 눈알이 눈구멍 안팎으로 들락거린다는 점이다.

주로 오징어(squid)나 길이가 20m나 되는 대왕오징어(giant squid)를 먹지만 때로 물고기도 먹는다. 그리고 향유고래 창자에는 안정제로, 또 향수로 이용되는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이라는 것이 생긴다. 용연향은 고래가 잡아먹은 오징어나 대왕오징어 부리(squid beak)가 하도 딱딱하여 소화되지 않고, 창자에 박혀서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굴에 진주가 생기는 것처럼 창자에 박힌 부리가 자극이 되어 창자에서 분비된 점액물질이 돌처럼 굳어진 덩어리이다.

이것이 고래의 몸에서 배출되어 바다 위를 떠다니거나 해안가로 밀려나와 발견되기도 한다. 용연향은 바다 위에 오래 떠다닐수록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며, ‘바다의 로또’또는‘바다의 황금덩어리’라 불린다. 

향유고래는 무엇보다 둥글넓적한 육면체의 머리통이 체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크고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뇌 무게가 8kg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졌으며, 사람 뇌의 5배나 무겁다. 그런가 하면 소뇌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소뇌 대(:) 대뇌 크기 비율이 가장 낮다.

향유고래의 머릿골에서 짜낸 고래기름 경뇌유(鯨腦油, sperm oil)는 등화 용이나 기계 윤활유로, 또 연고나 화장품의 원료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수컷들끼리 싸움을 하거나 적을 공격할 때 이빨도 쓰지만 박치기를 더 많이 한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향유고래의 천적이라 할 만한 생물은 그저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머리에 고래기름인 고래 밀랍(鯨蠟, whale wax)이 가득 들었으니 처음에는 그것을 고래의 정자(精蟲, sperm)로 오인하여서 향유고래를 ‘sperm whale’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향유고래는 허파에 산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무려 1시간 반 동안 물에 들며, 수심 2,25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수심 200m만 내려가도 빛이 거의 없는 세계인 데다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는 걸 감안한다면 초능력이라 하겠다. 또한 보통 육상 포유류와는 달리 산소호흡에 헤모글로빈(hemoglobin)보다 미오글로빈(myoglobin)을 더 이용하는데, 근육의 미오글로빈 함유량이 육상동물에 비해 10배쯤 많다고 한다. 참고로 물에도 잘 씻겨나가지 않는 쇠고기 살점(근육)에 든 뻘건 그것이 미오글로빈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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