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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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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0.07.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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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슈툴먼 , 바다출판사

“타고난 직관의 한계를 이해하라”
식품 질병 생명 등 다양한 현상 오해한 현대인
‘객관’이라는 편견 너머 더 큰 세계를 만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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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장동석 출판평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흔히 말하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 끝에 가을과 겨울이 이어지고, 다시 봄이 온다. 태어나면 곧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생명이면 모두 겪어야 하는 세상 이치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꼭 세상 돌아가는 이치대로 모든 사람들이 살지도 않고, 더더욱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이 굳어져 편견과 선입견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없다고 하는 이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게 마련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의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지 못하는, 다른 말로 하면 편견으로 가득한 인간들의 실상을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인간은 선천적 직관과 후천적으로 얻은 지식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얼기설기 엮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예측하려 한다. 저자는 이를 ‘직관 이론’이라고 명명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때가 많다. “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는 건강식품의 대명사 겪인 우유를 그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한다.

우유는 오랫동안 인류의 식생활을 책임졌지만, 젖소에서 짜낸 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물질”로 변한다. 설탕과 지방이 많아 박테리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딱 좋은 게 우유다. 그걸 일거에 해소한 것이 파스퇴르가 1860년 개발한 저온살균처리법, 일명 ‘파스퇴르법pasteurization’이다. 하지만 최근 “살균을 거치지 않은 우유”, 즉 생우유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각종 식중독 사고도 늘고 있다. “사람의 몸은 생우유를 마시도록 되어 있고, 소비자는 우유의 살균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유 한 잔 때문에 “장기 부전, 유산, 실명, 마비를 겪고 결국 사망”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무려 기원전 2세기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지구가 여전히 편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둥글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지구와 태양, 달을 그려보자고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동그라미로 지구를 그리고 그 위에 집과 자동차를 그린다. 동그라미 위에 사람을 그리는 아이들이 많지만, 어떤 아이들은 “속이 빈 둥근 지구 안에 있는 평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저자는 아이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간접적인 지식과, 편평한 땅 및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직접적인 느낌 사이의 모순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풀어나간다고 말한다. 과학 지식이 증가하면서 차츰 오해가 걷히지만, 지구와 우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믿음은, 밝혀진 사실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방식일 때가 많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생명 세계에 대한 인간의 오해 또한 자심하다. 오해의 근원은 “인간은 인간 중심으로만 생명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은, 이를 테면 할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여동생을 어디서 왔는지 등등을 묻는다. 부모는 대개 얼버무릴 때가 많다. 그럼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답변”을 지어내고야 만다. 특히 죽음의 경우 잠들다, 편히 쉬다, 여행을 떠났다 등의 표현으로 “죽음의 음침한 현실”을 가리는 경우가 많은데,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물론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죽음에 대한 이해를 아이들에게 오롯이 전해줄 수는 없지만, 가능한 현실을 직시한 답변을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물며 인간에 대한 이해도 이 정도인데, 여타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오해는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도 없다.

앞서 우유를 언급했지만 질병에 관한 오해는 끝도 없다.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보지 않았던가. 소금물로 입을 헹구면 된다며 같은 분무기를 입안에 넣어 분사한 어이없는 일을 일단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에이즈가 주술에 의한 병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신에게 병이 낫기를 기도할 수는 있지만, 주술에 관한 믿음과 바이러스에 관한 믿음이 서로 뒤엉켜 있는 이상,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자가 <사이언스 블라인드>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은 “타고난 직관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객관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매사에 객관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객관의 세계가 무엇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의심에 기저가 객관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나를 포함해 객관의 세계에 산다고 자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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