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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특집좌담 (1)] 뒷담화와 모략의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혁신 특집좌담 (1)] 뒷담화와 모략의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
  • 장정안
  • 승인 2020.07.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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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번째부터 박상병 정치평론가, 좌장을 맡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정재룡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 성봉근 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왼쪽 두번째부터 박상병 정치평론가, 좌장을 맡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정재룡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 성봉근 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얼굴만 돌리면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모함하는 행태가 만연한 일상이 되었다. 까페마다 음식점마다 대화의 주제는 온통 타자를 향한 험담뿐이다. 행복, 아이디어, 혁신, 낭만, 사랑, 인생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뒷담화가 가득하다는 것은 내면이 비어있음을 뜻한다. 경제적으로 몸집이 커졌는지는 모르나 한국사회는 지금 정신적으로 가장 가난하고 삭막한 사회다. 서로에게 분노하고, 서로를 지옥으로 여기는 한국사회.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는가. 

교수신문과 의회신문은 ‘뒷담화와 모략의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달 19일 서교동 북살롱에서 소박한 좌담을 가졌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이 진행을 맡고, 박상병 시사평론가, 성봉근 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정재룡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모여 한국사회의 불편한 내면, 삭막한 풍경들을 진단해 봤다.

● 좌장 김만흠 
오늘 주제가 조금 특별하다. 뒷담화와 모략이 횡행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을 해보는 시간이다. 우선 오늘의 문제의식과 한국사회 현실을 개괄적으로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할 듯 하다.

■ 이경선 
문제가 없는 시대란 없겠지만, 2020년 현재 한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위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도 사회도 온통 ‘진영 줄서기’, ‘각자도생’, ‘이익 챙기기’로 치닫고 있다. 문화 분야마저도 돈벌이에 물들고 창의성은 상실했다. 좌우 진영 간의 편 가르기 속에서 중간계의 다수 서민들은 기댈 곳을 못 찾고 부유하고 있다. 개혁적 목소리를 내야 할 중도개혁적 지식인들도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되는 것, 공공기관 계약직으로라도 들어가 '1등 시민 계급'이 되는 것이 꿈인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남과 비교하며 좀 더 안락함과 우월감을 느끼는 위치를 점하기 위해 서로 천박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됐다. 

■ 정재룡 
사회 곳곳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북 관계는 전쟁 전야로 치닫고 있다. 신지역주의라 할만큼 동서 지역 간 대립은 다시금 심화되고 있다. 정부 별정직 정무직 공무원 일자리 차지하기 경쟁에 미친 진영패거리 정치 언저리언들의 전횡은 내전 상태라 할 만하다. 
위선이 공정과 교양으로 둔갑하고, 상식과 법치주의는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역대급 수준으로 벌어졌으며, 실업수당 신청, 폐업 신고, 공실률, 복권 판매액은 집계 이래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일가족 자살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정치권과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행태는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행태가 만연해 있다. 상식의 문제이고 사회 윤리의 문제인데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집단적인 위선 행위들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법치주의의 틀 조차도 곳곳에서 붕괴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사회는 지금 총체적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것 같다. 

■ 성봉근
최근 우리 사회는 각종 갈등에 대한 해결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매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먼저 시도하기보다는 성급하게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이 앞서고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하며 상호 설득의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접근을 하는 패러다임이 만연해 가고 있다. 이는 신문이나 방송 등의 전통적인 매체를 넘어서 정보화 사회에 이르러 SNS나 홈페이지 등의 강력한 전파력을 매개로 하여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다. 소송만능주의나 실력행사 등 극단적인 방식의 해결을 지향해 오는 경향이 있다.  

■ 이경선 
사회적으로 조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랑을 담은 사진과 자기 인맥 자랑뿐이다. 일반인들이야 인스타그램 안에서 ‘나 행복해요’ 하고 자랑질이든 행복감이든 충만해할 수 있겠지만, 공직자, 연구자, 정치인, 교수들은 본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SNS 행태만 놓고 보더라도 한심스럽다. 민생의 불편과 피폐함을 조명하지 않고 ‘나 국회의원 됐어요’, ‘나 좋은 유럽 여행 왔어요’ ‘나 지금 행사장 왔어요. 나 회의하는 모습 근사하죠’, ‘나 방송 나왔어요’ 하면서 자기 자랑질하기 바쁘다. 모 남성 의원은 자신의 잘생긴(?) 외모를 찍은 사진만 연속해서 올려댄다. 모 여성 의원은 자신의 미모(?) 자랑 포스팅만 내내 하다가 임기를 마쳤다. 
위선과 허영, 가식적인 대화로 가득한 인간관계와 처세 스트레스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 뭘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한국사회에 실망한 사람들은 이제 저마다 자기 피안의 세계를 찾으려 하고 있다. 힐링, 워라벨, 카렌시아, 욜로, 새로운 아나키즘 기조, 저녁이 있는 삶, 연결되지 않을 권리(언텍트) 등이 사회 키워드로 회자되어 온, 회자되고 있는 이유도 각박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픈 소시민들의 갈망이 팽배해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 정재룡
지금은 대중 민주주의 시대이다. 대중 독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제왕적 총재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거물 정치인이 정치를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고 지금은 일반 대중 다수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SNS가 활성화되면서 그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갑툭튀 ‘MB 아바타’는 SNS에서의 모략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정당의 공천이 하향식으로 이루어지고 당원은 동원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 당원이 공천을 주도하는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고 당 대표마저도 당원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반 대중이 정치를 주도하게 된 것은 이러한 상향식 공천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조국 사태는 일반 대중이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열린민주당이 별다른 명망가도 없이 3석을 차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모략이 횡행하는 것은 이런 시대 환경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정치적 승리를 위하여 일반 대중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하여 단순한 험담을 넘어 모략이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어느 조직이나 활동 영역에 관계 없이 사회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일반화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에 파벌이 있을 경우 다면평가가 파벌의 모략 때문에 왜곡되기도 한다.

좌장 김만흠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뒷담화와 음해, 모략의 심각성을 화두로 삼아야 하는가?

성봉근
현대 인문학과 법학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커져가는 사회적 갈등의 해소를 어떻게 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법과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이 여전히 잘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나아가서 이를 위한 해결방향이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및 문화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적 갈등은 결국 관점이 상이한 데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극복하고 사회적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상이한 관점을 교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하버마스는 대화를 상호 할 수 있어야 왜곡이 없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담론 내지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관점의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합의가 도출되며,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뒷담화와 음해, 모략 등 어두운 논의가 힘을 얻게 되는 이유는 바로 관점의 교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담론과 대화의 문화가 결핍되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경선
한국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나는 패턴이 매우 자연스럽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다. 뻘쭘해 하는 정도를 넘어, 익숙하지 않으면 배척부터 하고 보는 못된 습생이 있다. 그 많은 까페마다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대화가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테이블마다 온통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 정확하게는 험담이 대화의 주를 이룬다. 직설적으로 감정 섞인 대화도 있지만, 크게 감정 없는 척 점잖게 얘기하면서도 결국은 누군가를 문제로 삼는 대화들이었다.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인데 다른 이들은 죄다 문제가 있고 모자라고 나쁘고 무례하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런 씁쓸한 장면들이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모습만은 아니라고 본다. 거의 ‘만연해 있다’고 할 만큼 일상화된 뒷담화 풍경은 한국사회의 현실, 한국사회의 수준, 한국사회의 정서, 한국사회의 스트레스 정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표징이라고 본다.  

정재룡
한국사회는 지금 모두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중인 것 같다. 지독하게 인간관계를 힘들어 한다. 유튜브에서도, 대형서점에서도, 인터넷서점에서도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법을 논한 강좌와 책들이 폭발적으로 선호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일상인들은 현재 인간관계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인간관계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또 다른 인간관계에 소속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일정한 무리에 소속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외톨이가 된 것 같고, 소외당하는 것 같은 두려움으로 가지고 있다. 

이경선
지나치게 과잉화된 뒷담화 사회라면 그것은 지옥이다. 서로가 서로를 질투하고 폄하하고 모략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풍토를 우리는 이제 정면으로, 담론의 하나로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출세, 과시, 경쟁, 권력, 물질, 소유 등이 아니라, 잔잔한 행복, 고요한 일상, 가족과 함께하는 삶, 자기계발과 여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 ‘요리’가 있는 저녁, 낭만(혹은 ‘흥’)과 생활 감성, 자발적 고독, 인문적인 만남...행복, 혁신, 아이디어, 가족, 사랑, 낭만, 감성, 디자인. 자연 등에 대해 나누는 대화, ‘다큐’스러울 것까지는 없지만 가볍지 않은, 진지함 진솔함을 머금은 대화 등....철학이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한 이들도 적지 않다. 정신없이 질주하던 사회가 한 걸음 주춤하면서 제대로 달려가고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한 것 같다. 

좌장 김만흠 
한국사회가 유별나게 타인에 대한 이야기, 남을 헐뜯는 뒷담화를 즐기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재룡
우리 사회에는 특히 사생활 모략이 횡행하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우리의 전통적 관념에는 사생활과 공생활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치국평천하라는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에서 수신제가가 필수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남의 사생활을 지적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고 모략마저도 용인되는 풍토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전통적으로 실적주의의 기반이 취약하다. 어느 조직이든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실무와 실적보다는 자기관리와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사생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셋째, 이혼과 동거 등 사생활에 대한 편견이 있다. 지금은 이혼을 불온시하는 시대가 아니고 이혼율이 40%를 넘어 50%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아졌고 동거도 결혼 전 동거나 순수 동거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편견의 시선이 남아 있다. 특히 복수 이혼에 대한 편견이 큰 것 같다.
넷째, 솔직하지 못한 문화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보고 그것에 맞추려는 행태가 있다. 그러다 보니 위선과 허위의식이 있다. 의복 등에 유행이 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모략의 온상이 되고 있다.
다섯째, 우리는 지연, 학연 등을 고리로 뭉치는 파벌 문화가 있다. 개인과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다. 파벌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모략이 자행된다.
여섯째, 남의 성공을 질시하고 흠이나 불행을 감싸주기보다는 나쁘게 보는 폐단이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잠재의식이 있다.

손애경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는 성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뒷담화는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는데도 불구하고 뒷담화를 안 하고 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
대중문화적으로, 뒷담화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뒷담화를 당하긴 싫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콘텐츠들을 문화 속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뒷담화의 행위가 가져다주는 스트레스 해소의 심리를 잘 나타낸 술집 간판 ‘뒷담화’, 관전 심리를 이용한 타이틀 '뒷담화' 방송 프로그램, ‘뒷담화 컬럼’ 등 대중문화 속 곳곳에 뒷담화 콘텐츠가 즐비하다. 그만큼 사람들은 스스로 뒷담화를 생산 유통 소비하지 않더라도 대중문화를 향유하면서 뒷담화가 주는 배설의 쾌락을 한껏 대리체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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