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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7.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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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레이먼 김 셰프, 중국 CCTV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 총괄 프로듀서 천샤오칭 강력 추천!
‘베이징’ 전문 맛객의 중국 미식 유랑기
대륙의 식탁

 

김진방 지음 / 홀리데이북스 / 318쪽

 

베이징 음식에 대해 중국인을 포함하여 다른 저자들이 쓴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토록 상세하고도 전면적이며 기자 특유의 ‘실은 말이야’로 속닥속닥 시작하는 책은 없었다.
- 음식칼럼리스트 및 셰프 박찬일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의 목차만 보고도 전 오늘 베이징행 비행기를 끊을 뻔 했습니다.
- 셰프 레이먼 김

음식이란,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교류할 때 가장 좋은 공용어가 되어준다. 그러니 미식을 탐구하는 사람이란, 다양한 문화 사이에서 움직이는 메신저라 할 것이다.
― 중국 CCTV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 총괄 프로듀서 천샤오칭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맛객 김진방 기자의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는 단순히 ‘베이징 맛집 소개’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마중물이 되어 줄 ‘식문화’를 다루었다. 노포부터 시작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게까지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을 느낄 수 있다.
왜 베이징인가.

대부분 한국인이 가진 베이징에 대한 인상은 도심을 가득 메운 초미세먼지, 더러운 거리, 소란스러움, 신뢰할 수 없는 곳, 영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기름 범벅의 맛없는 음식, 싸구려 공산품 등 한마디로 ‘후지다’로 귀결된다.

저자 김진방은 중국 전공자이자 베이징에서 특파원 생활을 3년 넘게 하고 있다. 그는 “이런 일반상식을 한 번쯤은 뒤집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서울의 28배 크기인 베이징이 온통 우리가 생각하는 쓰레기장 같은 꼴을 하고 있을 리 만무하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흥겹게 즐길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이 젖과 꿀처럼 흐르고, 요샛말로 ‘힙한’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아성을 넘보면서 주요 2개국(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수도이자 인구 2,100만 명이 넘는 베이징에 책 한 권을 채울만한 명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어불성설이 아닐까.

이런 현상의 근저에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이 자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휴가철 여행 리스트에서 베이징이라는 목적지를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도 올리지 않는 가림막 역할을 해왔다.

‘죽의 장막’이라 불리던 중국이 개혁 개방을 외친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촘촘한 대나무 울타리가 걷히지 않고 있다. 가보고 싶지도 가본 적도 없는 곳의 맛기행 에세이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일지도 모른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더 큰 오해를 낳고, 오해는 또 다른 비호감을 낳는 악순환의 수레바퀴는 지금도 돌고 있다. 무관심과 반복된 오해 속에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한국과 수교를 맺었을 때 처음 본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수교 이후 중국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세계에서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하는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선입견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비켜서지 않았다. 그저 ‘중국 사람은 여전히 머리를 감지 않겠지’, ‘여전히 싸구려 음식을 먹겠지’, ‘백화점에도 짝퉁 상품이 넘쳐나겠지’란 막연한 오해가 여전히 남아있다.

저자는 “미세먼지처럼 우리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중국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어 보기 위해서다. 또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맛 좋은 음식과 멋진 공간,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전한다.

저자가 특별히 소개하는 중국의 4대 요리는 산둥, 쓰촨, 광둥, 화이양 요리를 말한다. 말이 4대 요리지 각각의 지역이 자체로도 상당히 넓기 때문에 지역별로 또다시 요리가 세분된다. 여기에 저장요리, 푸젠요리, 안후이요리, 후난요리까지 추가해 중국 8대 요리라 칭하는 데 8대 요리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대를 이어 맛을 봐도 다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베이징은 우리의 생각보다 꽤 그럴싸한 도시다. 규모도 서울의 약 28배 정도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제적인 명성도 대단하다. 베이징 주민들의 경제적 수준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당히 올라갔다. 주요 지역의 경우에는 서울 핵심 지역보다도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 돈이 몰리니 자연스레 고급문화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베이징으로 몰려들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수도답게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온갖 미식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기본이고 다양한 요리들이 ‘미식’에 익숙한 중국인들을 유혹한다.

또한 중국차와 술은 모두 향으로 즐기는 음료이다. 중국 요리의 맛을 돋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그 자체로서도 훌륭한 음식이기도 하다. 차와 술 모두 역사면 역사, 종류면 종류, 맛이면 맛, 그리고 가장 중요한 향까지 어느 곳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중국의 혼과 같은 음식이다.

저자는 중국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중국 음식과 떼어놓을 수 있는 차와 술을 즐기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중국의 차와 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대신 중국의 차와 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글을 읽은 뒤 ‘정식으로 입문해 볼까’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만 된다면 글쓴이로서 매우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글이 중국 요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으로서 중국 요리에서 빠져선 안 되는 차와 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길라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저자가 말한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 해도 여전히 ‘그래서 베이징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오해를 깨는 데는 베이징만 한 곳이 없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베이징의 경제 수준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베이징 중산층의 생활수준은 한국인의 평균 생활수준을 넘은 지 오래입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쇼핑 역시 가장 대중적인 전통 시장부터 고급 마트, 대형 쇼핑센터, 명품 전문 백화점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베이징이다. 세계 명품 매출 2위를 차지하는 SKP 백화점이 베이징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명품 한정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베이징 시내 SKP 백화점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중국인들의 재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하필 베이징이냐?’는 물음에 답을 해볼 차례가 된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 “베이징은 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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